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황창규 VS 권오준 리더십 비교

‘쾌도난마형’, ‘신중형’ KT 포스코 직원 평가 엇갈려

2014.05.13(Tue) 15:51:35

   


포스코와 KT는 공통분모가 있다. 두 기업 모두 민영화된 기업으로 ‘국민기업’ 이미지가 남아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 대대적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구조조정에 이르기까지 과정도 매우 흡사하다. 방만경영 → 신용등급 강등 → 주가하락 → 회장 교체 → 사내이사 교체 → 계열사 CEO 교체 등의 수순이 붕어빵처럼 닮았다. 다른 점이 있기는 하다. 사내 분위기다. KT는 날씨로 치면 흐린 분위기다. 8300여명에 달하는 명예퇴직 발표 후 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다. 반면 포스코는 맑음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정준양 회장 시절 비오거나 흐렸다가 새 수장으로 바뀐 후 갠 상태다. 그렇다고 아주 맑지는 않다. 수장이 잘못하면 다시 흐리거나 폭풍우에 시달릴 수도 있다.

‘싱글 KT’ 주창 불구 불협화음 여전

황창규 KT 회장은 취임 100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취임 50일을 맞았다. 이 기간 동안 두 사람이 보여준 경영스타일은 판이하게 달랐다. 둘 다 ‘새판짜기’에 돌입했지만 황회장이 ‘쾌도난마식’ 경영 형태를 보인 반면 권 회장은 ‘신중형’에 가깝다.

황 회장이 취임 후 벌인 가장 큰 조치는 대규모 물갈이였다. 특별 명예퇴직 명목 하에 단행된 이 조치로 직원 수는 3만2188명에서 2만3884명으로 줄었다. 전체 직원의 평균 연령도 46.3세에서 44.5세로 낮아졌다. 조직 개편도 단행해 기존 236개 지사를 통합해 79개로 광역화했으며, 지사 하부 조직으로 181개 지점을 신설함으로써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특별명예퇴직을 놓고 KT 직원들 사이에서는 “명예퇴직이 아니라 사실상 강제퇴직이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KT 한 직원은 “근속기간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했다. 나의 경우 명예퇴직은 싫고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더니 2년 후 2차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 그때는 명예퇴직 위로금도 없다. 어떻게 할 거냐는 식으로 압박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직원들이 그런 압박에 못 이겨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경영진의 시각은 달랐다. 늙고 비대해지고 그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진 조직은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말이 8300명이지 단일기업으로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인적청산이었다. 그 정도는 돼야 늙은 KT를 젊은 KT로 바꿀 수 있을 거로 본 것이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황 회장은 ‘싱글 KT론’을 주창한다. 황 회장은 계열사 CEO 등 KT 주요 임원을 상대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전 계열사가 ‘1등 KT’를 실현해 나가자. KT와 전 계열사가 한 몸처럼 ‘싱글 KT’가 돼 한 방향으로 나가야만 글로벌 1등 KT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의 속전속결식 경영 스타일은 예정된 수순이다. 6월까지 인력조정을 매듭지은 뒤 사업재편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비서실 조직에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하는 등 새판짜기를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황회장의 ‘쾌도난마식’ 리더십이 성공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KT 한 임원은 “구조조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조직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다. 전임 이석채 회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KT직원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고 각종 부패사건에 직원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이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KT의 미래가 있지 그렇지 않고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포스코 ‘가치경영실’ 통해 체질 개선

KT에 비하면 포스코 직원들은 희망적인 편이다. 일단 KT와 같은 인위적 구조조정이 현재로선 없고 수장이 정통 포스코 엔지니어 출신이며 경영 방침에 대체적으로 공감하기 때문이다. 권오준 회장은 작금의 포스코 문제가 직원 개개인의 자질 문제가 아닌 전임 회장 시절 방만경영으로 인한 재무 악화가 주요 원인으로 판단한 듯하다. 실제로 취임 후 50일간 권 회장이 집중적으로 행한 조치는 재무구조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권 회장은 취임 일성에서 “신규투자는 축소하고, 기존에 진행하던 신사업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접겠다”고 말했다.

황창규 회장이 KT에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했듯 권오준 회장은 ‘가치경영실’을 만들었다. 권회장이 이 조직을 만든 것은 앞으로는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쓰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부 실천 방안으로 포스코 내 6개 사업 부문을 4개로 줄이고 경영 임원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였다. 대신 기술과 마케팅 부서를 하나로 통합한 ‘철강솔루션센터’를 발족시켰다. 이는 R&D 분야와 마케팅 분야를 유기적으로 결합권 회장은 16일 정기 이사회를 통해 구체화된 경영 로드맵을 밝힐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권회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동시에 철강 경쟁력 강화, 신성장사업의 선택과 집중, 경영인프라 쇄신 등 구체적인 개혁 아젠다를 제시하며 일등 철강기업의 각오를 다질 것으로 보인다.

황창규 회장이 ‘싱글 KT’를 주창한 반면 권오준 회장은 ‘포스코 더 그레이트’ 슬로건을 내세웠다. 주목할 점은 KT에겐 ‘싱글 KT’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보이지 않는 반면 포스코는 후속조치가 취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Posco The Great 실현을 위한 경영철학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회장, 부문장, 제철소장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를 5월부터 7월까지 열고 있다. 토크콘서트는 임원들이 직원의 목소리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달 28일 포항 포스코 본사 대회의장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때도 김진일 철강생산본부장이 나서 포스코의 현황을 설명하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황창규·권오준 두 CEO의 개혁 작업을 지켜보면 문득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떠오른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산업부 기자 출신인 오니시 야스유키가 쓴 <이나모리 가즈오 1155일간의 투쟁>에는 파산 위기에 처한 일본항공(JAL)의 드라마틱한 회생과정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조차 회생 불가능하다고 진단한 일본항공을 이나모리 회장은 취임 1년만에 흑자 전환시켰고 2년 8개월 만에 주식시장에 재상장시키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 기적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수천 시간에 걸친 임원·사원과의 대화 그리고 구조조정 뒤에 숨은 인간적인 노력은 일본항공 직원의 심금을 울렸다. 이나모리 회장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직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다시는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다”며 머리 숙여 사죄했다. 그리곤 스스로 급여를 받지 않았다. 지금 KT와 포스코 직원들은 그런 수장의 리더십을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이정규 편집인 기자

ikmens@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