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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반 여대생 인턴 도전 성공기

2015.08.13(Thu) 09:38:48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청년실업률은 9.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위기 때(5.3%)를 훨씬 뛰어넘는다. 

젊은 층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를 넘어 최근에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비즈한국>은 최근 인턴사원 입사에 성공한 박영선 씨(숭실대 4학년, 23)의 수기를 소개해 취업준비생들에게 알찬 정보를 제공하는 시간을 마련해 본다. [편집자 주]


[나의 인턴 도전기]

나에게 ‘청년 실업’은 아무런 감흥 없는 문구였다. TV에서나 신문에서나 너무 반복적으로 들어온 탓일까, 저 문구가 말하는 심각성에 둔감해져 있었다. 사실 청년 실업이 몇 십만이든, 몇 백만이든 내가 갈 곳이 한 군데는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다. 이렇게 별다른 고민도 걱정도 없이 4학년은 덜컥 찾아왔다. 4학년과 스물셋은 큰 괴리가 있다. 스물셋은 마냥 어리기만 하다. 아직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다. 마땅히 꿈과 희망에 가득 차있어야 하는 나이이다. 하지만 4학년은 아니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어야 한다. 모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 학년이다. 주위의 걱정과 우려를 증명해내야 한다. 작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게 없는데, 갑자기 학년이, 대학이, 사회가 4학년의 나에게 ‘결과’를 요구했다. 
언제나처럼 한 학기는 눈 깜빡 할 새 지나가고 4학년 여름 방학이 되었다. 졸업하기 전에 인턴은 꼭 해야 한다는 정설에 따라 구인, 구직란을 열심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PR업계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에 공식pr협회 사이트에서만 인턴직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여덟, 아홉 군데에서 인턴을 구하고 있었다. 이름을 들어본 회사가 몇 군데밖에 없었다. 나의 취업 준비는 처참했던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쓰려 책상에 앉으니 막막함이 밀려왔다. 누구나 자소서를 쓰면서 한 번씩 울게 된다던 선배의 말이 생각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미워하게 될 날이 한 번은 올 거라던 선배의 말에 나는 어떻게 반응했었나. 나는 절대 남들처럼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은 하지 않을 거라고 당차게 대답했었는데, 지금은 내 입맛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해 온 지난 3년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책상에 앉아 목표를 세웠다. 여름방학 두 달 동안 인턴을 구할 것. 7월 한 달간 자소서와 면접을 보고 8월에 인턴을 시작할 것. 7월 안으로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다면 나의 스펙이 부족하다는 것이므로 8월부터 스펙 재정비를 할 것. 그리고 인턴을 해봤거나, 인턴인 선배들, 현재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지구는 스몰월드라고 했던가! 세 다리만 건너니 PR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락이 닿았다. 이렇게 본격적으로 나의 인턴 도전기는 시작되었다.

[어떻게 구했나]
우선 회사 리스트를 작성했다. pr협회 사이트에 들어가 현재 인턴을 구하고 있는 회사의 리스트를 만들어 정리했다. 모집 기간과 모집 분야를 정리하여 가장 모집기간이 빨랐던 회사를 중심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물론 모집 분야에 따라 내용을 다르게 써야 했기 때문에 매 번 조금씩 다르게 수정했다. 

[자기소개서 쓰기]
서류전형인 1차를 통과해야만 회사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면접의 기회가 주어진다. 때문에 자기소개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게다가 PR회사는 백프로 자유형식의 자기소개서를 요구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나만의’ 자소서를 쓰는 게 중요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자소서와 여기 저기 수소문하여 구해낸 선배들의 자소서를 읽어보니 ‘참고’는 가능하지만 나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전혀 다른 목표를 두고, 그들이 어떻게 노력했는지 아는 것은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선배들의 자기소개서는 형식을 참고하는 수준으로 만족해야 했다. 면접관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읽을 수 있도록 문단마다 소제목을 단다던가, 형식과 분량이 자유더라도 너무 긴 자소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었다.
그래서 말그대로 ‘자기’에 대해 스스로 소개하는 것이 자소서인만큼, 정말 나라는 사람에대해 자유롭게 써보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남도 아니고 내가 일하게 될 곳인데, 나에 대해 미리 글로써 회사에게 알려주는 것이 마땅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말 대책없이 순진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나의 가장 큰 문제의식은 무엇인지, 내 관심사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들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 pr과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내가 pr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왜 이 pr회사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지도록 풀어내기 시작했다. 
나의 가장 큰 약점이자 강점은 나의 주전공인 ‘철학’이다. 철학과에 입학한 순간부터 여태껏 받아온 예상치 못한 핍박과 편견들은 오히려 더욱 소신껏 행동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무심한 듯 공격적인 시선들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나의 자소서를 읽게 될 면접관 또한 나의 전공에 대한 의문과 회의를 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기 소개서의 첫 문장을 ‘저의 전공은 철학입니다.’라고 시작했다. 객관적으로 철학과 학생의 비율이 낮을뿐더러, pr은 보통 철학하는 학생들이 희망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나에 대해 보다 독창적으로 어필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내가 해왔던 pr과 연관된 일들을 생각하니, 쓸 말이 너무 많았다. A4용지 10장도 쓰라면 쓸 정도였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모두 다 사소하고 잡다한 일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내가 꼭 넣어야 하는 이력이 어떤 것인지 우선 순위를 매기기 시작했다. 내가 PR전문가라면 과연 어떤 경력을 더욱 선호할까 고민했다. PR은 무엇보다 실무 경력이 높게 평가되는 직업이다. 내가 PR회사의 재목으로 쓰이려면,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 지 생각했다. 이는 결국 내가 PR이라는 영역에 대해 얼마나 자세하고 정확히 알고 있는 지와 직결되는 문제였다.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기본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있어야 재목감으로 눈에 띄는 자소서 또한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골라낸 세 가지 경험은 ‘동아리’,’인턴기자’ 그리고 ‘아르바이트’ 였다. 
우선 동아리 활동을 통해 온라인pr에 얼마나 적합한지 말하였다. 마케팅 연합동아리에서 온라인 팀장으로 일하면서, 오프라인으로 기획된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역할을 맡아서 했기 때문이다. SNS를 잘 다룰 수 있으며, 기자를 비롯한 인플루엔서에게 컨택해 본 경험이 있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언급했고 동시에 대규모 연합동아리의 온라인팀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얻을 수 있었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책임감, 그리고 회의록 작성을 통한 꼼꼼함과 책임감 등 나의 성격에 대해서도 어필하였다. 물론 pr업무와 관련되는 특성들이었다. 
두 번째로는 인턴 기자 활동이었다. pr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언론 관계이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기자들과 컨택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분명히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홍콩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하던 중 인턴 기자 활동을 했던 것을 써내려갔다. 사진 기사를 썼던 것과 기획 기사를 썼던 것 모두 큰 이점으로 작용했는데, 우선 사진기사는 pr회사의 클라이언트 중 카메라와 연관된 회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며 또한 외부 프로모션의 경우 사진을 얼마나 제대로 찍느냐에 따라 신문 게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획 기사는 두 말할 것 없이 보도 자료를 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고. 그리고 교환학생 수학 중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모든 인터뷰와 자문을 영어로 구해야만 했다. 영어로 모든 자료를 찾아야 했는데, 이 점을 짚으면서 영어 실력에 대해 짧게 기술했다. 하지만 토익, 토스와 같은 영어점수와 교환학생 같은 영어 사용 경험은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 않다. 실무에 쓰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무에서 쓰일 영어 능력은 영문기사를 한글로 번역하거나,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등의 경험에서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아르바이트’이다. 특히 이 부분은 예상 외로 큰 점수를 얻었던 부분이다. 바이럴 마케팅 회사에서 짧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전문적으로 블로그를 키운 경험이었다. 한 달 간 무려 여덟개의 블로그를 동시에 관리하면서 전략적으로 파워블로그로 만든 경험이었는데, 온라인 pr에서 빠질 수 없이 중요한 블로그를 잘 다룰 수 있다고 평가받았던 것이다. 한달 반 가량 짧게 했던 경험이라 큰 기대 없이 쓴 부분이었는데, 실무적으로 큰 도움이 되겠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자기소개에서든 레포트든 어떤 글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흐름이다. 짜임새 없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글은 절대 제대로 의도를 전달할 수 없다. 철학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자소서를 시작했다면, 마무리 또한 이에 대한 나의 결론이 되어야 할 것이다. 퇴고하는 과정에서 수미상관을 맞추는 데 많이 신경 썼다.

   
 

[면접준비]
이렇게 약 일주일 간 준비한 자기소개서로 두 군데의 회사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첫 번째 회사 면접은 하루의 여유밖에 없었다. 두 번째 회사는 약 일주일의 시간이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면접 예상 질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리 수소문 해두었던 선배들에게 일일이 연락하여 그들이 받았던 질문을 중심으로 준비했다. 짧은 자기소개, 왜 이 회사를 지원하게 되었는지, 자소서에 적은 경험을 통해 내가 배운 것들, 그리고 현재 이슈 거리와 이에 대한 pr적인 관점에서의 대안 총 네 가지였다. 물론 국문 영문 모두 준비했다.
우선 첫 번째 회사는 pr업계에서 나름 대기업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pr어시스턴트 자리를 놓고 면접을 보러 청계천으로 향했다. 시간 별로 면접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내 면접 시간에는 나 포함 다섯 명이 단체 면접을 보았다. 분위기는 편안했다. 나도 분위기에 맞게 편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면접은 pr회사답게 자유분방한 분위기였지만, 나는 지나치게 포멀했던 것 같다. 질문은 총 두 가지로 짧고 간단했다. 자기소개와 나의 강점. 자기소개는 술술 대답했지만 나의 강점은 댕- 하고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너무 쉽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질문이었는데 어째서 준비하지 못했을까. 면접장에서 깨닫는 것은 너무 늦은 일이었다. 나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대답했지만, 면접관이 기대했던 대답은 인턴 기자 활동을 통한 기자들과의 소통 경험이었다. 면접관의 답변을 듣고 난 후, 극도로 의기소침해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질문은 두 가지로 끝이었다. 그토록 열심히 준비한 자기소개서였고, 짧은 시간이지만 나름대로 준비했던 면접이었는데, 십 분 남짓한 시간에 이 모든 과정은 물론 나 자신까지 평가해버리다니 허탈함과 자조감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남아있는 면접을 준비하는 것뿐이었다. 이미 짜여진 판에 기꺼이 들어간 것은 나였기 때문이다. 
첫 번째 면접에서 깨달은 것은 너무 이상적이고 완벽한 답변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과 자기소개에 대한 분석을 조금 더 철저히 해야되겠다는 것이었다. 친절하게 설명해놓은 자소서이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100% 완벽한 이해를 바랄 순 없다. 그래서 한 문장마다 나올 수 있는 모든 질문들을 스스로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준비한 두 번째 면접은 일대일 심층면접이었다. 나와 면접관 둘이서 약 삼십 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미생에 이런 대사가 있다. 게임이 플레이가 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무방비한지 비로소 알 수 있다고. 딱 그 모양새였다. 내가 쓰고, 또 분석한 자소서였지만 여전히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 얼마나 스스로 잘 알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나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과연 그것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상대를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하필이면 ‘그 활동’을 자소서와 이력서에 콕 짚어 쓴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거의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인 그 자체에 대해 묻는 질문에 과연 완벽한 거짓말로 응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까. 
사소한 취미조차 회사와 연관이 있다면 적합한 인재로 평가 받을 수 있었다.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내가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회사가 찾는 사람과 일치한다면 뽑히는 것이다. 클라이언트로 카메라가 있는 pr사라면, 평소 카메라에 관심이 있어 나름대로 공부했던 경험과, 카메라 파워블로거와 연락하는 것, 홍콩에서 사진 기사를 써본 것, 하물며 취미로 여행을 갈 때 메모리 카드를 꼭 두 개씩 챙겨다니는 것까지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나에 대해 샅샅이 ‘털리고’ 난 후 면접장에서 나왔다. 완벽한 사람처럼 보이려 준비했지만, 내가 뭘 못하는 지만 들키고 만 것 같은 기분에 하루 종일 우울하고 무기력했다. 집에 오자마자 8월에 어떤 스펙을 쌓을 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틀 후에 주겠다는 답변이 전혀 기다려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깨닫는 계기가 된 7월의 마지막 면접이었으므로, 부족한 부분을 8월에 메우면 되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다. 컴퓨터 학원에 등록할까, 영어 회화 학원에 다녀볼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은 지나, 컴퓨터 관련 책을 빌리려 학교 도서관으로 향하던 차에, 전화가 왔다. 합격 전화였다. 마지막으로 본 ‘탈탈 털린’ 면접이 합격한 것이다. 
7월에 합격하고 8월부터 일하리라는 나의 맹랑한 계획이 어찌됐건 성공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자소서든 면접이든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일이다. 아무리 멋지게 포장한들 결국 잘난 사람들을 흉내내는 꼴과 다를 바 없다. 최대한 가감없이 나를 어필했고, 합격하게 되었다. 곧 나와 잘 맞는 회사라는 뜻이 아닐까.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에 별은 많지 않은 가. 사람은쉽게 바뀌지 않는 터라, 내가 발 디딜 곳 한 군데 없겠냐는 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지금도 여전하다. 인턴 기간이 끝나면 정규직을 고민하는 순간이 또 올 것이다. 고민과 막막함으로 가득했던 나의 여름방학 7월이 몇 번씩 반복될 지도 모른다. 그래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내 방식대로 헤쳐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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