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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돈보따리 푸는 미·중·일

해외기업·사모펀드 M&A 러시, 국내 기업은 미진

2014.05.12(Mon) 08:58:19

   
▲ 리커창 중국 부총리


중국이 아프리카에 돈 보따리를 풀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8일간 일정으로 에티오피아, 나이지리아, 앙골라, 케냐 등 아프리카 4개국 방문에 나섰다. 이번 방문에서 리 총리는 아프리카에 대한 차관 300억 달러(한화 약 30조원) 제공과 1000억 달러(약 100조 원)규모의 직접 투자를 결정했다. 이처럼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나라는 중국뿐만이 아니다.

숨 가쁜 미·중·일 각축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정치·경제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중국·일본 등 3강의 각축전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이후 아프리카 투자에 앞장서온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마지막 블루오션 아프리카를 선점하기 시작하자 미국과 일본 역시 아프리카 각국에 구애공세를 벌이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출, 집단적자위권 행사 등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14일(현지시간) 에티오피아 내 아프리카연합 본부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현재 10억 달러인 저리 엔화 차관을 2016년까지 2배로 증액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아프리카개발은행과 개별 국가들에 지급돼 사회기반시설 조성 등의 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또 아베 총리는 자연재해 대처 및 내전 피해 복구 기금으로 아프리카연합에 3억 2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해 6월 대통령 임기 중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에티오피아 등 사하라 이남 6개국의 전력공급을 위해 향후 5년간 16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매년 아프리카 청년 500명에게 미국에 유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워싱턴 펠로십’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특히 최근에는 1993년 ‘블랙호크다운’ 사건 이후 20여년 만에 군사협력단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아프리카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2012년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교역량은 2000년보다 10배 늘어난 1800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일본의 약 7배에 달하는 규모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아프리카 국가 절반이 교역상대국 1위 혹은 2위가 중국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원유 및 천연자원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중국은 역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조건 없는 차관을 낮은 이자율로 제공하고 있다.

M&A규모 24조7000억 원

해외 유명기업과 사모펀드도 아프리카 진출에 열심이다.

코트라는 최근 발간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M&A 현황 및 시사점(Investing in Africa)’ 보고서를 통해 해외기업과 사모펀드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현지기업과의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했거나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해외기업은 생산·영업라인 확보와 안정적인 현지 시장 정착을 위해, 사모펀드는 높은 수익률 확보와 투자금 회수기간 단축을 위해 M&A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M&A 총 거래규모는 234억 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는 거래규모와 거래건수가 더욱 늘어나고 해외기업들이 투자하고자 하는 산업분야도 확대될 전망이어서 M&A 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해지는 투자 분야

보고서는 또 전통적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치중됐던 기업들의 M&A가 최근에는 케냐, 나이지리아 등을 중심으로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지역으로 확장해 나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6년 이전에는 M&A가 전무했던 에티오피아에서 최근 에티오피아 국영 맥주회사들이 하이네켄, 듀엣그룹, 디아지오 등 세계적인 맥주회사들에 잇따라 인수됐다. 이들 3개 기업의 M&A 거래규모는 5억 달러로 우리 돈 약 5275억 원에 달한다.

투자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스와 오일, 광물 등 천연자원에만 집중됐던 투자가 통신서비스와 금융업, 은행업, 도·소매업, 부동산, 보험업 등 광범위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또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할인유통업체인 매스마트사를 25억 달러, 한화 약 2조6000억 원에 인수했다. 세계 최대 화장품업체인 프랑스 로레알그룹역시 케냐를 포함한 아프리카 동부 지역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케냐 화장품제조사인 인터컨슈머 프로덕트를 1143만 달러(약 121억 원)에 사들였다.

국내 기업들, 관심 가져야

국내에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활발한 M&A 현황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코트라는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인 M&A를 추진해 사하라 이남 지역 아프리카 시장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트라 관계자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더 이상 미래의 잠재시장이 아니라 지금 투자해야할 시장”이라며 “아프리카 진출을 고려하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M&A를 활용해 아프리카 신 시장을 개척하고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을 수행해 국내 시장을 다변화·다각화해 새로운 수입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국내 기업들이 향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M&A를 진행할 때 정치 리스크 같은 위험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M&A 사전 준비단계에서부터 현지 법률과 사회통습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정부 또한 아프리카 현지은행 지분인수를 통해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우회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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