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
한국씨티은행의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사측이 올해 안으로 폐쇄 예정인 점포 56개 지점 명단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노동조합(이하 노조)의 반발에도 폐쇄 예정 점포 56개 지점 명단을 모두 공개했다.
씨티은행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지한 명단엔 수원역과 경서동, 도곡매봉, 압구정미성, 이촌중앙, 부평중앙, 창담파크, 영동, 옥수동, 방배남, 명동 지점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이번 명단에 포함된 춘천·전주·순천지점의 경우 각각 강원·전북·전남 지역 내 하나뿐인 점포다. 따라서 이들 지점의 점포가 없어지게 되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사측에서는 “고객채널이 점포에서 비점포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점포 폐쇄 결정은 소매사업부문의 수익감소에 따른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지난 2008년 10.46%다. 국내 평균인 4.91%보다는 높았다. 그러나 이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엔 은행권 최저 수준인 3.74%로 급락했다. 점포수도 최근 5년 사이 100개나 줄었다. 이에 따라 직원도 460여 명이나 감축했다. 게다가 씨티은행의 핵심전략이었던 ‘대출모집인’이 금융권의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휩싸이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다 수수노조는 이번 폐쇄 예정 점포 명단 발표가 소매금융 철수를 위한 첫 단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을 상대로 ‘은행점포 폐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서울지방법원은 ‘점포 폐쇄는 경영 악화로 인한 경영상의 결정권으로 단체교섭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노조가 제출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항고장을 오늘 제출할 계획이다. 추가적으로 점포 폐쇄가 결정된 곳에 대해서도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총파업까지는 4~5개월이 걸릴 것이다. 사측에서 다음 주 월요일에 대화를 하자고 요청했지만, 하영구 행장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사측이 본인들의 요구 사항만 말하고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점포 폐쇄와 관련 사측의 기본 태도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chosim34@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