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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VS 한국은행 금리논쟁

2014.05.09(Fri) 07:56:40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9%로 2011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이에 한국은행은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금리동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간 소비 증가세는 여전히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고 경기도 좋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 주장하는 한은

오는 9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은과 기재부 간 금리논쟁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작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이는 2011년 1분기에 4.9%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기별 성장률도 증가했다. 8분기 연속 0%대에서 올해 1분기의 경우 직전 분기보다 0.9%늘어 지난해 4분기의 0.9%와 같은 수준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 분기 대비 1% 안팎의 성장이 4분기 연속 지속되고 있다. 이는 경기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취업자 수도 증가하는 등 소비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수출 역시 호조를 보여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금리를 굳이 인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3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경기는 거시지표상으로 회복세에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의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방향 자체는 인하로 보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 회복에 부정적인 기재부

반면 기재부는 투자와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한데다 세월호 사태로 소비심리도 위축됐다며 경기 회복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러므로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기재부의 입장이다.

지난 6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동향 점검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소비와 관련된 서비스업 활동에 다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또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1분기 경제 상황이 예상만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쓸 만한 카드도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한은이 금리인하를 검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기 반영 못하는 통계지표

국내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올 1분기 GDP성장률이 3.9%증가했다는 한은의 발표를 가지고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면서 “우선 통계 지표가 문제다. 한국은행은 GDP 등을 산출하는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개편하고 새 국제기준을 적용한 새로운 국민계정체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 기준은 일회성 중간 투입비로 처리하던 R&D(연구?개발) 지출과 예술작품 등을 무형고정투자에 편입했다. 또 가공무역과 중계무역 등 글로벌 생산 활동의 거래발생 시점을 ‘국경 통과’에서 ‘소유권 이전’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경제 수치가 예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 현오석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 그는 “경제 성장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와 투자 지표다.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4분기의 0.6%보다 둔화됐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 분기보다 1.3% 감소했다. 그럼에도 3.9%란 증가율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R&D 지출과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R&D 지출의 경우 경기 회복과 연결될 지는 미지수다. 수출의 경우 국내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은디플레이션 가능성 있어

또 그는 “민간 소비증가율의 추세를 살펴보면 작년 3분기 1%, 4분기 0.6%, 이번 분기엔 0.3%로 계속 내려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소비감소는 경기침체가 지속돼 국민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즉 국민소득 감소가 경기침체로 경기침체가 국민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부에선 세월호 사태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는 4월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 한은이 발표한 통계는 1월에서 3월 사이에 집계된 것으로 소비 감소는 세월호 사태와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전반적인 소득 감소가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생산자물가지수도 하락세다. 지난 17일 한은에서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생산자물가가 작년 동기 대비 0.5% 하락했다. 2012년 10월에 하락한 이후 1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역사상 가장 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공장도가격의 등락폭을 뜻하는 생산자물가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충분치 않아 기업의 제품 판매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생산자물가지수의 지속적 하락은 우리 경제의 소비와 투자가 침체돼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금리인하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는것.

금리인상, 4분기는 돼야

반면 또 다른 경제 전문가는 “금리인하의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굳이 인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할 타이밍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민간소비증가율 감소는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고 추가 납부가 발생해 가계 소득이 약 5800억 원 정도 감소한 것과 연관이 크다”면서 “이에 따른 소비 위축이 0.2% 포인트 있었고 날씨가 따뜻해 난방수요가 준 영향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세월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희생자를 추도하는 마음에 여행과 골프, 쇼핑은 물론 외식이나 술자리까지 자제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그러나 수치만 가지고 경기 상황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설령 한은의 전망이 맞다 하더라도 4분기는 돼야 금리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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