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과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올 1분기 국내 대기업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기간 올 1분기 국내 대기업 매출이 12년만에 최대폭인 5.5% 감소하면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의 기업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수출 부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중국과 일본 틈바구니에 낀 우리 기업들이 '넛 크래커'상태를 넘어 '생계형 경제구조'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은 박성빈 기업통계팀장은 “대기업들의 매출액 감소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가격 하락 요인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엔저 심화와 세계수요 부진에 따른 자동차·스마트폰 판매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 韓, 원화강세와 통상임금 상승이 상품경쟁력 상실로
최근 한국기업은 원화강세와 원가 부담 증가, 국내통상 임금이 상승하면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국 30대 그룹의 매출액은 2011년 7.6%, 2012년 5.3%, 2013년 0.3%, 2014 -1.3%으로 급감했다.
원화 가치는 최근 3년동안 일본 엔화에 비해 60% 절상됐다. 반면 급여와 퇴직급여 그리고 복리후생비등 인건비 분야는 3.8% 증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내수 시장이 약한 한국으로선 아직도 수출을 통한 미래 투자의 기회를 만들 수 밖에 없는데, 임금 상승과 원화의 상대적 강세로 자동차 철강 가전 기계업종의 상품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전했다.
국내 수출 실적은 지난 1월부터 하락세를 거듭하다 5월에 들어서는 423억 9200만 달러의 실적을 기록,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9% 감소라는 기록을 남겼다. 2009년 8월 20.9% 감소 이후 5년만 9개월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대내외적 정세가 지속되면, 기업들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지경까지 몰리게 될 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 中, 정부 차원서 선진형 산업 위한 미래 투자에 총력
이런 한국과는 달리 중국과 일본은 산업 전반에 걸쳐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주도 시작된 박리다매식 무역전략을 탈피해 선진형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래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고속철·원자력발전소·통신설비 등 고부가 장비산업의 해외수출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 日, 엔저 효과속 히타치·소니·도요타 등 부활
아베의 엔저 정책은 한때 1년전만해도 조롱거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엔저가 위력을 발휘하자 일본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일본 버블경제 붕괴의 사례처럼 언급되던 히타치는 올해 철도, 전력 등 인프라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7.2% 증가한 9100억엔을 투자키로 했다.
또한 인공지능, 로봇 등에도 올해에는 3600억엔을 내년엔 5000억엔을 투자할 방침이다.
소니도 이미지 센서 등에 역대 두 번째 규모인 4300억엔을 설비투자한다. 올 R&D 투자도 4900억엔으로 전년 대비 5.5% 늘린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글로벌 경쟁사인 도요타는 연료전지차 등 연비규제 기술개발을 위해 사상 최대인 1조500억엔을 투입한다.
올해 일본 상장사들의 설비 투자 예정액은 전년보다 10.5% 늘어나 28조226억엔(약 250조원)에 이른다.
◆ “중국과 일본의 변화를 기회로 삼기 위한 투자 절실”
이처럼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으로 앞서나가면서 국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한 경제학자는 “중국과 일본의 무역전략 변화를 한국의 수출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첨단 부품·소재 개발을 서두르고, 소비재 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