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권(메르스)가 진정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잇따르지만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3일째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이를 근거로 메르스의 확산세가 주춤해졌다는 진단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아직 방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샴페인을 터트리기에 앞서 메르스가 토착화되지 않았는지 역학조사를 통해 철저한 후속 관리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 재유행 조짐 없다던 사우디, 2014년 대규모 발병
국내 한 내과 전문의는 “메르스 첫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2012년 이래 발병과 확산, 그리고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며 “MERS-CoV의 R0 값이 0.7인 2012년의 사우디 메르스도 이런 상황이면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이어 “국내 메르스 유행과 관련된 역학 조사를 철저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 당국의 후속 대책 수립을 주문했다.
R0는 표준적인 조건에서 한 사람이 감염병의 한 주기(cycle)동안 몇 명을 감염시킬 수 있느냐는 의미이다.
R0값이 1보다 낮다면 질병은 아무 조치 없이도 저절로 감소해 소멸하지만, 1에 근접해 있다면 해당 감염 질환은 토착병화(endemic disease)를 의심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2년 9월 첫발생했다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뒤 2014년 4월, ‘제다’ 시를 기점으로 환자가 다시 급증했다.
제다를 중심으로 5월 한 달간 200명 가까이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78명이 사망했다. 총 감염자는 700명에 육박했다.
지난 12일에도 77세 사우디 메르스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 메르스는 인재(人災), 방심이 큰 화근 불러
이 내과의는 이를 언급한 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2년 교훈을 잊고 방역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2014년 메르스 첫 환자에 대한 초기대응에 실패해 대규모 사망자를 낳았다”며 “방역당국은 정확한 반성 위에 철저한 방역체계 매뉴얼과 관리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다시의 첫 발병 환자는 수도 리야드 ‘킹파이살전문병원(KFSH)’으로 이송된 뒤, 해당병원의 방역체계 부주의로 담당 의료진을 감염시켰다.
이후에도 첫 메르스 환자가 접촉한 감염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게을리 하면서 ‘킹파드병원’과 ‘킹파이살병원’을 중심으로 메르스를 확산돼 갔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의 메르스 확산)은 메르스의 감염 매개 동물인 낙타보다 국가의 미비한 보건 시스템이 바이러스를 키우는 데 훨씬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우디 메르스가 재 진정 국면을 보인 것은 아델파키 노동장관이 보건장관 직무대행을 겸임하면서 이다.
파키 장관은 ‘질병관리센터’를 중심으로 환자 추적과 공중 보건 관리, 임상 작업, 역학조사 등을 철저히 하면서 그해 7월 메르스를 잠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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