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거시 경제 회복세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싱가폴, 홍콩, 대만 등을 포함한 8개 주요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주요국 경기 회복 비교’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이 주요 거시경제 지표 8개를 선정해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의 증가율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의 경우 8개 가운데 7개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8개 지표 중 민간소비, 수출입 등 실물 대내 부문과 주가지수, 주택가격 등 자산 부문의 증가율이 모두 감소했다. 실업률은 금융 위기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으나, 투자 부문은 소폭 하락했다.
미국의 경우 △성장률, △투자, △주가 지수, △주택 가격 등 4개 지표에서 증가율이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은 △실업률, △투자, △주가지수 등 3개 지표가 회복세를 나타냈다.
김윤진 한경연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조사대상 국가 중 경기회복에 있어 최하위권”이라며,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경제 회복세가 부진하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또 “8개국 모두 수출입 증가율이 하락했는데, 이는 세계 교역량 감소 때문”이라며, “내수 부문의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실물 대내 부문과 자산 부문의 회복이 동시에 이루어진 미국과 영국의 경우 성장률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금융 위기 이전보다 성장률이 상승한 미국의 경우, 위축된 금융 부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연준위가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등을 시행한 결과, 투자 증대와 실업률 감소, 주가 지수⋅주택가격 상승과 민간 소비 증진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영국의 경우도 영란은행의 양적완화가 투자 증가를 유도하고, 주택가격 상승이 민간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와 달리 실물 대내 부문과 자산 부문이 동반 부진한 한국, 홍콩, 싱가폴의 경우 성장률 회복도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팽창적 통화정책을 시행했지만, 이 자금이 분석기간 동안의 주식과 주택가격 상승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또 대외 의존도가 큰 경제 구조상 중국 성장률 둔화와 같은 해외 악재 등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민간 소비가 크게 촉진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과 싱가폴의 경우 금융 시장이 실물 시장보다 비대하고, 금융 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의 성장률 회복이 신흥시장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금유입 속도가 더뎌진 점이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율 하락을 초래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편 김 연구원은 “한국경제가 빠른 회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뿐 아니라 통화정책의 파급경로를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며, “수(손)익공유형 모기지 등 대출상품과, 주식·채권과 같은 전통상품 외에 선물·옵션 등 금융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