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병원이 메르스 초기대응의 모범사례를 남겼다. 사진은 8일 오후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왼쪽)과 양정현 의료원장(가운데) 등 건국대병원 관계자들이 메르스 환자 격리 치료와 비상 진료체제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장면이다. |
“문진시 메르스 환자가 정직하게 답했다면, 미연에 방지했을 것입니다.”
9일 취재과정에서 만난 국내 한 대학병원 관계자가 <비즈한국>에 털어놓은 말이다. 그의 말에는 환자의 거짓말에 추가 의심환자가 70여명까지 늘어나면서 선의의 피해자 마저 생긴 안타까움이 배어있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76번 환자는 지난달 27일과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은 뒤 고관절 골절을 입고, 6월 5일과 6일사이 강동경희대병원을 거쳐 지난 6일 오전 건국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담당 의료진에 따르면, 당시 이 환자에게서는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건국대병원에 오기 전 삼성서울병원에 들른 적이 있냐”는 질문을 세 번에 걸쳐 던졌다 한다.
거듭된 질문에도 환자는 “들르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얼마전 한 메르스 환자가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 중국으로 출장가 국제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장면과 의심환자이면서 고창등으로 골프여행을 갔던 환자 등이 연상되는 장면이다.
일부에서는 “병원 IT시스템을 이용해 환자의 과거 진료내역을 확인할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지만, 국내 병원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병원에서도 환자 개인정보 보호 등에 따라 이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메르스 의심환자를 가려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환자가 의사에게 ‘진실’만을 말해야하는 ‘문진’에 달려있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이 환자는 응급실에서 응급처치를 마친 뒤, 오후 4시 30분께 정형외과로 입원했다.
하지만 이후 오후 6시경부터 갑자기 발열증상이 나타나 메르스를 의심한 의료진의 요청으로 자체 검사를 실시, 1차 양성 판정결과가 나왔다.
이에 건국대병원은 즉각 응급실을 폐쇄하고, 환자와 접촉한 직원과 의료인 중 17명은 병원에, 34명은 자택에 격리조치 했다.
또한 입원환자 22명은 모두 11층 격리병동으로 이전했다.
후속조치로 건국대병원은 추가로 발생하는 환자를 예방하기 위해 지하철 7호선 건대입구역에서 병원으로 연결되는 지하 입구를 폐쇄하고 병원으로 출입하는 정문과 후문에 의료진과 직원을 배치해 내원객들을 대상으로 체온 측정하고 있다.
심지어 병원 내원을 예약한 모든 환자에게 문자를 보내 이 사실을 알렸다.
강동경희대병원도 이 사실을 접하고 응급실을 폐쇄하고 환자 217명, 의료진 30여명을 격리조치시켰다.
이런 발 빠른 조치로 양 병원에서는 현재까지 또 다른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메르스 환자를 확진할 수 있는 방법이 문진 외에는 없지만, 반대로 말해 환자가 정직했다면 메르스 사태는 이런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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