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전문가 출신인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7일 양 장관은 "국내 메르스는 확실한 통제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8일 국내 메르스 환자는 87명으로 늘어났다. |
국내 메르스 환자가 주말사이 87명으로·늘어나 사우디 이은 2위를 기록하는등 확산일로에 있는 반면, 말레이시아가 첫환자 발생 15일만에 상황종료를 선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23명 추가돼 전체 환자 수가 87명으로 늘었다고 8일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메르스 2위 발병 국가가 됐다.
추가된 환자 중 17명은 지난달 27∼29일에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35·남)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6명은 16번 환자(40·남)로부터 의료기관 2곳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4명은 지난달 25∼28일에 대전 대청병원에서 16번 환자와 함께 입원했으며 다른 2명은 28∼30일에 건양대학교병원에서 같은 병동에 입원한 경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시아 첫 메르스 발생국인 말레이시아에선 메르스 환자 입국 뒤 15일 만에 상황이 종료되고 추가 환자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말레이시아 메르스 환자도 클리닉에서 치료 받다가 병원으로 옮겼지만 말레이시아 방역 당국이 이 환자와 긴밀 접촉한 199명을 검사한 결과 전원 메르스 바이러스 음성(陰性)이었다.
성지 순례를 위해 17명의 일행과 함께 지난해 3월15∼28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 말레이시아 남성(54)은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온 지 6일만 인 4월4일 첫 증상(불편한 느낌, feeling unwell)을 보였다.
이에 클리닉(의원급)을 방문해(7일) 치료 받던 이 남성은 기침이 나고 호흡이 가빠지자 공립병원 응급실(10일)을 방문했고 이 병원에 입원했다(10일).
13일 숨을 거둔 그는 다음날 아시아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진행된 역학 조사에서 이 남성은 사우디 순례 도중인 3월26일 낙타 농장을 방문했고 낙타유(乳)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국내 보건당국과는 판이하게 달랐던 말레이시아 의료진의 격리 조치.
이 말레이시아 환자는 기저질환으로 당뇨병을 앓고 있는 메르스 고(高)위험 군에 속한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체온은 36.7도로 열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말레이시아 남성은 메르스 환자로 확진되기도 전인 병원 입원 당일(10일) 격리병실에 수용됐다.
병원에서 항(抗)바이러스 약(타미플루)을 먹었지만 증상이 악화돼 도관(튜브) 삽입술을 받았고 결국 폐렴ㆍ다(多)장기부전에 빠진 뒤 숨졌다(13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메르스 환자와 긴밀 접촉한 가족ㆍ친구ㆍ의료진 등 199명을 찾아내 메르스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여기엔 메르스 환자와 순례여행을 함께 했거나 귀국 항공기를 동승한 사람들도 포함됐다.
말레이시아 보건부 관계자는 “항공기 동승객 24명 중 3명과 접촉이 닿지 않자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신문에 광고도 냈다”고 밝혔다.
무슬림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선 매년 이슬람 명절인 하즈(Hajj) 때 2만2000∼2만3000명의 순례자가 사우디로 떠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메르스 예방ㆍ치료를 위해 2013년 하즈 기간에 250명의 의료진을 함께 보냈다. 또 중동 국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여행객과 항공기 승무원에게 ‘건강 경고 카드’를 제공해 메르스의 위험을 적극 알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메르스 대책본부는 여전히 현실적인 대응보다는 민심 안정을 위한 발표에만 신경쓰고 있는 모양새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8일 “평택성모병원에서 출발한 1차 유행은 안정화 상태로 접어들었고,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산발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삼성서울병원 관련 확진자가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이번 주를 계기로 환자가 정체되거나 감소할 것”이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