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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특별명예퇴직 잔류 직원 자살

자살 동기 놓고 사측과 노조 주장 엇갈려 양측 대립

2014.04.30(Wed) 16:15:14

   
황창규 회장 취임 후 8320명의 특별 명예퇴직이 실시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KT에서 지난 28일 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KT와 KT새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KT네트워크 관제센터 전송망관제팀 소속 직원 여모 씨가 자택인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 씨는 KT가 근속년수 15년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 명예퇴직 대상자 였지만 사측과 면담 과정 등을 거치면서 회사에 남기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씨는 지난 20일 발생한 삼성SDS 과천ICT센터 화재사고 복구 작업에 며칠동안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 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자살 동기와 관련 KT직원들 사이에서는 “여씨가 회사에 잔류하기로 했으나 명예퇴직 대상자였다는 점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동료 명예퇴직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KT 홍보실 관계자는 "고인은 특별 명예퇴직 대상에 포함됐지만 인사고과에서 높은 평점을 받아 왔고 비교적 젊은 나이로 회사에 남기로 결정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명예퇴직과 연관시키는 것은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KT 새노조는 여씨의 자살이 황창규 체제의 대규모 구조조정 및 명예퇴직과 연관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KT새노조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대한 압박과 고민, 그리고 격무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퇴로 실의에 빠지거나 잔류 직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제 2, 제 3의 극단적인 선택이 나오지 않을지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KT는 국내 10위권의 대기업 중 직원 자살률이 가장 높은 회사다. 지난해 8명의 KT 직원이 재직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명퇴자 중에서도 2명이 자살했다.KT는 직원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여러 지사들이 옥상을 폐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KT가 대규모 명예퇴직과 영업·AS 업무 분사, 사내 복지 축소 등을 종합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직후 옥상이 폐쇄된 것. 본사가 옥상 폐쇄를 지시했고 그 목적은 ‘자살 방지’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KT의 이번 구조조정은 단일 기업으로는 역대 재계 최고 수준이다.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출신 황창규 회장이 부임한 지 두 달여 만에 취해진 조처다. 이와 관련, KT 내부에서는 "삼성의 문화에 익숙한 황창규 회장이 삼성식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들을 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KT의 명퇴 신청자 평균 연령은 51세로 재취업이 쉽지 않은 나이다. KT는 대리점에서 2년간 판매사원으로 일하거나 '1인 영업점'을 차릴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명퇴자들은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또한, 황창규 회장이 추진 중인 KT의 구조조정이 전 계열사로 확대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를 포함하면 KT의 구조조정으로 퇴사할 인원은 1만 명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여 씨의 빈소는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30일 발인 예정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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