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가까운 곳에서 사는 아이들의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이 도로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는 아이에 비해 1.4배나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팀은 서울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사는 6∼14세 어린이 5443명을 3∼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도시 지역의 도로 교통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이들의 알레르기 질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임 교수팀은 아이들의 피부 자극 검사ㆍ폐 기능 검사 등을 실시한 뒤 연구결과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의 영문 학술지인 ‘알레르기ㆍ천식ㆍ면역 연구’(AAIR, SCI 논문) 최근호에 발표했다.
임 교수는 “자기 집 반경 200m 내에 위치한 주요(메인) 도로의 길이가 254m 이상인 곳에서 거주하는 아이는 반경 200m 내에 주요 도로가 없는 집에서 사는 아이보다 평생 천식 진단을 받을 위험이 1.42배 높게 나타났다”며 “천식 등으로 인해 숨소리가 쌕쌕거리는 천명(喘鳴)을 경험할 위험도 1.24배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요 도로에서 75m 이내에 거주하는 아이는 225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사는 아이에 비해 평생 천명음 발생(1.17배), 조사 한 해 전 천명음 발생(1.16배), 평생 천식 진단(1.11배), 조사 한 해 전 천식 치료(1.08배) 횟수가 잦았다.
이번 연구에선 또 거주하는 집이 주요 도로에서 가까울수록, 집에서 반경 200m 이내에 주요 도로가 차지하는 면적 비율이 높을수록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릴 위험이 높고 알레르기 유발물질에 대해 더 쉽게 반응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 교수는 “일반적으론 집먼지진드기ㆍ꽃가루ㆍ바퀴벌레 등이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도로 교통과 관련된 대기오염물질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도로 교통으로 인한 대기오염이 어린이의 천식ㆍ알레르기성 비염ㆍ알레르기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고 폐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것. 실제로 도로와 가깝게 사는 어린이는 자동차 분진ㆍ배기가스 등 유독성 환경 오염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천식ㆍ아토피 피부염ㆍ알레르기성 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으로 힘들어 하는 자녀가 있다면 이사할 때 도로와의 거리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주요 도로에서 인접한 곳에서 살고 있다면 환기(換氣)를 가능한 한 짧게 하고 공기청정기 등을 이용해 대기오염 물질의 유입은 막고 배출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도로와 가까이 사는 어린이들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는 독일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
독일 뮌헨 보건역학협회 환경건강센터가 뮌헨 도심에서 태어난 어린이 5900여명을 추적 관찰했다. 하루 1만 대 이상 차가 지나가는 대로(大路)에서 50m 이내에 사는 아이는 1000m 떨어진 곳에 사는 아이보다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위험이 50%나 높게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