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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경기회복 VS 디플레이션

한은과 정부 현실 직시해야

2014.04.30(Wed) 09:11:13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9%로 사상 최고치다. 하지만 민간 소비 증가세는 여전히 둔화 양상을 보이고 있고 경기도 좋지 않다. 쉽게 말해 한국은행의 발표를 국민들은 체감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은, 꾸준한 경기 회복세 주장

지난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작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이는 2011년 1분기에 4.9%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분기별 성장률도 증가했다. 8분기 연속 0%대에서 올해 1분기의 경우 직전 분기보다 0.9%늘어 지난해 4분기의 0.9%와 같은 수준의 증가율을 유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 분기 대비 1% 안팎의 성장이 4분기 연속 지속되고 있다. 이는 경기가 꾸준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취업자 수도 증가하는 등 소비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 수출 역시 호조를 보여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은행의 발표가 국민의 체감 경기와 너무 동떨어진다며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반영 못하는 통계지표

우선 통계 지표가 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GDP 등을 산출하는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개편하고 새 국제기준을 적용한 새로운 국민계정체계를 도입했다.

새 기준은 일회성 중간 투입비로 처리하던 R&D(연구?개발) 지출과 예술작품 등을 무형고정투자에 편입했다. 또 가공무역과 중계무역 등 글로벌 생산 활동의 거래발생 시점을 ‘국경 통과’에서 ‘소유권 이전’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경제 수치가 예전보다 크게 개선된 것이다.

경제 성장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와 투자 지표다.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3% 늘어나는 데 그쳐 지난해 4분기의 0.6%보다 둔화됐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 분기보다 1.3% 감소했다.

3.9%란 증가율이 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R&D 지출과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R&D 지출의 경우 경기 회복과 연결될 지는 미지수다. 또 수출의 경우 국내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 기업들은 수출에 주력하게 돼 원화가치는 더욱 절상(환율하락)될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기업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출 호조가 내수 경기 진작을 이끌 것이란 한은의 전망은 성급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디플레이션 가능성 있어

또 민간 소비증가율의 추세를 살펴보면 작년 3분기 1%, 4분기 0.6%, 이번 분기엔 0.3%로 계속 내려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소비감소는 경기침체가 지속돼 국민소득이 증가하지 않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즉 국민소득 감소가 경기침체로 경기침체가 국민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그리고 있다는 것.

일부에선 세월호 사태가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는 4월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통계는 1월에서 3월 사이에 집계된 것으로 소비 감소는 세월호 사태와 관계가 없다.

그러므로 전반적인 소득 감소가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생산자물가지수도 하락세다. 지난 17일 한은에서 발표한 3월 생산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생산자물가가 작년 동기 대비 0.5% 하락했다. 2012년 10월에 하락한 이후 18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역사상 가장 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쉽게 말해 공장도가격의 등락폭을 얘기하는 것이다.

생산자물가지수가 하락한다는 것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충분치 않아 기업의 제품 판매가격을 낮춰야 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생산자물가지수의 지속적 하락은 우리 경제의 소비와 투자가 침체돼 경기 불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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