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이후 전 국민의 교통수단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고로 대중 교통수단의 구석구석 불안요소가 산재해 있음이 밝혀졌기 때문. 이에 따라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어느 교통수단도 안심하고 탈수 없다’는 말을 상식처럼 인식하게 됐다.
그나마 전체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항공운송은 국제적 규범을 따라야 해 안전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종사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하늘 길 안전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종사 수급불안과 더불어 고령화되고 있는 조종사 수급의 문제점을 알아봤다.
◆점유율 높아졌는데… 조종사는 늙어가
올 1분기 국적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들)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0.2%P 상승, 지난해와 엇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체비율로는 40.3%에 이른다. 항공업계는 LCC의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전체시장 대세가 LCC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만큼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항공기를 조종하는 승무원, 즉 숙련된 조종사들의 수급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통수단 운영을 책임지는 인재들은 승객의 목숨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세월호 선장도 젊은 선장의 휴가로 쉬고 있던 69세의 고령자가 맡았다. 특히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는 ‘선원업무지침처리’이란 규정에 근거, 수십 년간 선장 적성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항공기 조종사가 매년1~2차례의 엄격한 운항자격심사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선박운항의 안전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례다.
국내 조종사들 역시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특히 LCC 조종사들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선박의 선장과 같은 항공기 기장들의 노령화 추세를 보이는 곳은 티웨이항공. 기장 56.9%인 29명이 60세 이상이며, 평균 연령은 57세다. 제주항공 역시 기장의 평균 나이는 51세로 LCC중 두 번째 고령화가 심각하다.
이 때문에 제주항공은 지난 23일 60세 이상 기장들에게 비행시간 조정 요청권을 줬다. 조종사가 요구하면 비행 거리가 먼 국제선 대신 국내선 등을 위주로 배정해 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국내선의 경우 비행거리가 짧지만, 이착륙회수가 많아 조종사들의 피로도 누적은 국제선에 버금간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지적이다.
한편 LCC 기장들의 고령화와 같이 대한항공 역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보잉747-400 대형기의 경우 80%이상 기장 연령은 60세 이상이다. LCC와 비교하면 이들 대형 항공사들의 조종사들의 평균 나이는 젊지만, 향후 2~3년 내에 60세가 넘는 기장들의 수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0년대 아시아나항공이 출범하면서 대규모로 영입된 조종사들의 나이가 곧 정년에 이르기 때문이다.
◆숙련 조종사 수급 ‘비상’, 항공기 운항편수 줄이기까지
항공기 조종사 고령화와 더불어 숙련된 조종사를 수급 문제는 하늘 길 안전에 빨간 불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의 LCC 피치애이비에시션은 캡틴요원의 부족으로 올해 운항할 2000편의 항공기 운항을 줄인다고 밝혔다.
항공사가 조종사 부족으로 항공기 운항을 줄이는 사례는 지금까지 일본에선 처음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들도 조만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국내 항공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조종사들의 고령화와 숙련된 조종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러시아 여객기 추락 원인은 조종사의 경험 부족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카잔 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가 조종사 실수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사고로 타타르스탄 항공사 소속 보잉 737-500 여객기 탑승객 50명은 모두 사망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 사고를 조종 경험이 부족한 기장이 착륙진입 각도 조절 실패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로 인명피해를 냈던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일 또 안전규정을 무시한 채 운항, 승객들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이 엔진이상을 알았으면서도 회항하지 않고 목적지인 사이판으로 향하는 무모한 조종행위를 벌였다”며 “만약 운항 중 엔진이 멈췄더라면 대형 인명사고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조종사 교육원인 아시아조종사교육원(www.asiapilot.co.kr) 전동주 팀장은 “항공기 안전 운항의 핵은 예비 조종사가 어떤 비행교육을 받았는지가 관건”이라며 “국내 모 교육원의 경우 자격증 시험에 100%합격을 자랑하지만, 이들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팀장은 “교육과정을 얼마나 내실 있게 구성해 제공하느냐가 미래 항공안전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교육생들이 쉬운 교육과정보단항공기 조종사 수급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조종사를 꿈꾸는 예비 조종사들의 진입 장벽도 낮아져 관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항공업계에 양질의 조종사 양성과정이 표준화되어야 한다”며 “국내 비행교육 여건을 감안할 때 국내와 해외교육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대안도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늘 길 안전의 최선엔 숙련된 다양한 비행경험을 갖춘 조종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엔 정부가 인정한 초동 훈련기 모의비행장치도 없다. 이제라도 정부가 표준화된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민간 조종사 교육원들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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