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모뉴엘과 경남기업 사태 등으로 여신과 보증을 제공한 기업들의 법정관리로 사실상 떼일 위험에 놓인 돈이 최근 4년여간 1조3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보증이나 대출을 받은 기업 중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간 곳은 102개다.
법정관리 결정 당시 기준으로 수출입은행이 이들 기업에 빌려준 돈과 보증잔액은 1조29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회수할 수 있는 돈은 4천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담보 설정분을 제외한 나머지의 30% 정도를 회수가능 채권으로 보는데 수출입은행은 특성상 신용대출이 많아 회수율이 통상 10~20% 수준이다.
수출입은행은 102곳 중 13개 기업의 여신 358억원을 아예 상각처리했다. 상각처리는 파산 등으로 회수할 가능성이 없어진 여신을 '못 받는 돈'으로 분류하는 절차다.
같은 기간에 상환받을 가능성이 희박해 출자전환한 여신은 17곳에 206억원이나 된다.
나머지 72곳의 여신 1조736억원은 아직 처리방향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금액에는 경남기업에 보증과 대출로 제공한 5209억원이 포함돼 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의 경남기업 여신 규모는 채권단 중 가장 크다. 지난해 사기대출 사실이 드러난 모뉴엘처럼 법정관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파산절차로 넘어간 기업들은 이번 집계에 빠졌다.
따라서 지난 4년여간 수출입은행의 실제 부실 여신은 1조3천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금융권은 분석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모뉴엘은 가짜 서류로 7년 동안 3조4천억원의 불법대출을 일으켰다. 국책 금융기관과 세무당국·거래업체를 상대로 쓴 로비자금은 8억원을 넘었다.
모뉴엘에 대한 수출입은행의 여신은 1135억원인데, 전액 상각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석 의원은 "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 특성상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대출부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여신심사가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