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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가짜백수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15.05.06(Wed) 09:53:12

   
▲ 최동익 의원

대한민국 어머니들을 위한 명절 대표 선물이었던 ‘백수오’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에 섞어 만든 이른바 ‘가짜 백수오’제품이 무더기 적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네츄럴엔도텍은 지난해 2월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경인식약청)으로부터 이엽우피소 혼입여부 점검을 받았으나, 법 위반사항이 없는 것으로 통보받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 경인식약청은 네츄럴엔도텍을 대상으로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표기하거나, 질병 치료 또는 의약품 오인, 혼동 우려 허위과대광고 등에 대한 식품위생법 위반 여부에 대해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그러나 실제 점검 결과를 보면, ‘원산지증명서 확인 결과, 국산 백수오로 표기되어 있음’, ‘입고시 생약규격집에서 정한 TLC시험 하고 있음’을 이유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식약처 스스로 검사를 통해 이엽우피소 혼입여부를 밝히지 않고, 서류상 하자가 있는지 여부만 확인한 것이다.

생육이 좋은 이엽우피소는 하수오나 백수오와 생김새가 비슷하여 이를 혼입시키는 사례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특히 중국에서는 이엽우피소가 백수오의 일종으로 되어 있어, 국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09년에는 이엽우피소를 잘라서 가공한 제품이 하수오로 둔갑하여 대규모 유통됨에 따라 한약관련 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2010년 4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가짜 하수오, 백수오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유전자 감별기술을 개발하였다.

각 한약재의 특정 유전자를 PCR로 증폭시켜 증폭된 DNA의 크기와 수를 이용하여 하수오와 백수오, 이엽우피소를 식별하는 방법이다. 연구결과는 SCI급 국제 학술지인 ‘Plant Biotechnology Reports’(식물생명공학지)에도 게재되었다. 그만큼 믿을만한 기술이라는 의미이다. 당시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이 기술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협력하여 현장 실무자들이 누구나 쉽고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 키트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시 식약청은 가짜 백수오 판별을 위해 정확도 높은 유전자 검사법 대신 외형, 냄새 등으로 성상을 확인하는 관능검사와 표준품을 비교하는 간단한 확인시험을 고수하고 있었다. 다양한 기관에서 검사를 실시하려면 별도의 장비 없이 간단하게 실시할 수 있는 검사법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청의 당시 원칙이었다.

식약청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유전자 검사법 도입을 수용하는 대신, 이듬해 2011년 서울대 약학대학 산하 한약재평가기술과학화연구사업단에 연구용역을 맡겨 PCR을 이용한 유전자 검사법을 개발하도록 했다. 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실시한 이 연구용역은 2011년 11월 30일에 완료된다.

그런데 실제로 이 연구책임자는 한의학연구원 소속이었고, 연구결과 역시 당초 한의학연구원이 발표한 유전자 검사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대체 식약처가 이 연구용역을 왜 했는지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용역이 끝난 이후에도 식약처의 유전자 검사법 도입 여부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3년 10월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한 이엽우피소 혼입 백수오 제품을 공개하여 세간에 화제가 되자 식약처는 뒤늦게 공인 유전자 검사법 확립에 착수한다. 결국 한약재 백수오는 2014년 10월, 식품 백수오는 2014년 12월이 되어서야 PCR을 이용한 이엽우피소 혼입 판별 검사법을 도입하게 된다.

식약처가 가짜 백수오 사태가 처음 불거져나왔을 때 시험검사 시스템을 심도있게 검토했다면 내츄럴엔도텍과 같은 업체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10년에 타 부처에서 의미있는 검사기법이 개발되었을 때 식약처가 선제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놓쳐버렸다. 소극적인 태도와 안일한 늑장대처가 이번 백수오 사태를 야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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