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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덫’에 걸린 세계 각국, 탈출 안간힘

일관되고 점진적 개혁방식으로 문제 해결 중

2014.04.28(Mon) 15:31:02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도 연금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은 일찍부터 과감하고 점진적인 연착륙 방식의 ‘연금 개혁’에 나섰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크다.

미국은 공무원들에게 국민과 공무원연금에 동시 가입하도록 해 두연금 간 형평성 문제를 극복하고자 한다. 일본은 30년간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 내년부터 아예 공무원연금제도가 없어진다. 유럽 국가들은 기존 틀은 유지하되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연금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은 대국민 소통 강화를 통해 불가능해 보였던 연금 개혁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가 됐다.

   
미국, 공무원 국민연금 동시 가입시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간 형평성 문제는 세계 각국에서도 끊이지 않게 제기돼 온 문제다. 미국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대 공무원이 일반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두 가지에 동시 가입하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다.

미국은 1935년 이후 일반인과 자영업자가 가입하는 사회보장연금제도(OASDI)와 공무원과 군인 등에 대한 연금제도를 별도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1983년 연방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라 1984년부터 임용된 공무원은 일단 일반인과 자영업자와 함께 OASDI에 가입한 뒤 신설된 신연방공무원연금제도(FERS)에도 가입하는 2중 구조로 바뀌었다.

하지만 미국의 연금 재정 적자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말기준 미 지자체들의 공무원 퇴직연금 부족액은 1조 달러(한화 약 1000조원)을 넘어섰다.

미국 지자체의 연금재정 고갈은 우리나라처럼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 때문이다. 미국 지자체의 연금재정은 1990~2000년 연금 투자수익률이 높았던 증시 호황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 증시가 침체에 빠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민간 연구소인 퓨채리터블트러스트에 따르면 미 주정부의 공무원 퇴직연금 적자는 2008년 452억 달러(약 45조 원)에서 2012년 9140억 달러(약 910조 원)로 불과 4년 만에 20배 넘게 급증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14개주를 제외한 36개주가 연금위기에 처해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상당수 지자체가 연금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파산한 ‘디트로이트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미국 재무부는 최근 3조7000억 달러(한화 3700조 원) 규모의 지방채권시장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본, 30년 노력 내년부터 공무원연금 폐지

일본은 내년 10월부터 우리나라의 공무원연금에 해당하는 ‘공제연금’을 폐지한다. 이에 따라 일본의 모든 공무원들은 일반 회사원이 가입하는 ‘후생연금’(우리나라 국민연금)과 ‘국민연금’(우리나라 기초연금) 제도를 적용받는다. 공무원과 일반 회사원의 연금 차별이 사라지고 같은 액수의 보험료를 내는 공무원과 회사원이 퇴직한 후 받는 연금액과 수급 조건이 같아지는 것이다.이를 통해 일본은공무원, 국민 연금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에서 연금개혁이 추진된 배경도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공무원들이 가입하는 공제연금은 보험료율이나 연금액에서 일반 회사원들의 후생연금보다 훨씬 유리한 구조였다. 개별 공무원과 정부가 부담하는 공제연금의 보험료율은 후생연금보다 2%포인트 정도 낮았고, 공무원에게는 직역가산급부라는 명목으로 추가 가산금을 지급해 특혜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재정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은 연금 제도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점진적인 개혁에 나서 개혁에 따른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최소화 시켰다. 이 점은 우리나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정부가 공적연금의 일원화 작업에 들어간 것은 저출산 문제가 본격화 된 지난 1984년부터다. 보험료 등을 조정하는 개혁안 추진에서 통합작업 마무리까지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으로 추진된 셈이다.

유럽 재정부담 줄이기, 룰라의 ‘브라질’ 소통에 성공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공무원연금을 유지한 채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을 추진한다.독일은 1991년 통일 이후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02년 0.2%에서 2003년에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공무원연금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독일은 2011년부터 유족연금 지급률도 60%에서 55%로 하향 조정했다. 2017년까지 연금 지출의 급격한 증가에 대비해 공무원의 보수와 연금 인상분의 0.2%를 떼어 적립하는 ‘지불준비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3년 공기업연금을 국민연금으로 합친 데 이어 2020년엔 공무원연금도 국민연금과 통합할 계획이다.

한때 포퓰리즘 대명사로 불렸던 브라질은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연금개혁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다.2003년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연금을 탈 수 있는 나이를 연장하고 연금을 대폭 삭감하며 일반 회사원의 연금과 형평성을 맞추는 조치를 취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국민과 소통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평가받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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