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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연금 개혁 왜 실패했나

김대중 노무현 MB정부 공통점은 ‘공무원 눈치 보기’

2014.04.28(Mon) 15:20:35

   


“공무원 연금부터 개혁하라!”지난해 9월 정부가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발표하자 성난 민심은 그렇게 표출됐다. 그로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 공무원 연금 개혁은 순조롭게 이행되고 있을까. 답은 ‘시계 제로’다. 가장 중요한 건 수술 일정인데 그것조차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자는 “수술이 필요 없다”며 의료진을 상대로 생떼까지 쓰고 있다. 정부의 연금충당부채 발표 직후 전국공무원노조가 “앞으로 공무원연금 개악 운운하는 말이 나올 경우 공무원노조는 100만 연금수급자와 함께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그 예다.

4월 25일 현재 이 경고는 먹혀들고 있다. 선거 때문이다. 정부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구체적인 개혁 일정은 6월 지방선거 뒤로 미뤘다. 역대 정권마다 변죽만 올리고 실패로 끝난 공무원 연금 개혁, 현 정권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박대통령, 연금 개혁 로드맵 제시

현 정부 출범 후 공무원 연금을 수술대에 올린 이는 박근혜대통령이다. 애초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는 시급히 추진해야 할 ‘15대 핵심 과제’에 올리지도 않았다. 이를 꿰뚫어본 박 대통령은 3월 초 경제혁신 3개년 담화에서 공무원연금 등 3개 공적연금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공무원 연금이 국가 재정을 좀먹는 중환자로 보고 수술을 지시한 것. 박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로드맵도 제시했다.“내년에 재정 재계산을 실시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법도 개정하겠다”고 쐐기를 박은 것.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연금 개혁이 현 정권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이유는 첫째 개혁 일정 때문이다.박대통령은 2016년에 공무원 연금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이면 현 정권 집권 4년차로 대통령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데다 20대 총선이 시작돼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재정 재계산을 내년으로 미룬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재정 재계산은 공무원연금 기금 고갈 시점, 국가보조금 변동성 등을 분석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의 문제점에 관해 수많은 연구 결과와 개혁 방향이 이미 다 나와 있는데 재정 재계산을 내년에 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지시한 로드맵대로 정부가 내년 중후반쯤 ‘공무원연금 개선안’을 마련한다 해도 공청회 등 일정에 끌려다니다 정기국회를 넘겨버리면 현 정권에서는 더 이상 추진할 동력이 상실될 가능성이 농후하다.전문가들은 역대 정부가 연금 개혁에 실패한 이유를 돌아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중 정부는 연금 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금이 고갈되면 국가에서 지급을 보장하는 조항을 의무화했다. 2001년 당시 개정된 공무원 연금법 제69조를 보면 특수직 연금 적자규모에 관계없이, 국가가 부담한다는 의무 조항이 들어 있다. 말이 국가 부담이지 국민의 혈세로 연금 적자를 메워주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후 공무원연금 개혁을 누누이 다짐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로 끝났다. 2007년 1월 정부가 내놓은 연금개혁 시안은 연금 보험료를 올리되 퇴직금도 올려 주는 방식으로 개혁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것마저 공무원 단체가 반발하자 백지화했다.이명박 정부도 연금 개혁을 시도했으나 공무원 노조 출신들이 개혁위원회를 사실상 장악해 시늉뿐인 개혁에 그쳤다.

관료 아닌 제3자가 개혁 주도해야

이렇듯 역대정권이 연금 개혁에 실패한 것은 선거를 의식한 공무원 눈치보기 탓이 크다. 연금 개혁을 정부나 관료가 아닌 국회 등 제3자가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금 전문가들은 “공무원과 교수의 참여를 가급적 배제하고 일반 납세자와 국민연금 가입자 시민단체의 의견을 크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의 입장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다수 공무원들은 연금 개혁 여론을 부당하게 여긴다.그 이유로 공무원들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더 많은 돈을 보험료로 불입한 점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 외에 퇴직금을 별도로 받지만 공무원의 퇴직금은 연금에 포함된 점 ▲고용보험 혜택이 없다는 점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10년만 납부하면 연금수급 자격이 얻지만 공무원은 20년 이상 근무하지 않으면 퇴직연금보다 훨씬 적은 돈을 일시금으로 받는 점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다시 말해 공무원 입장에서 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보다 더 고생한 대가이며 정당한 대가로 여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적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공무원·군인연금은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다. 일반 국민은 낸 돈의 1.7배를 연금으로 받지만 공무원은 2.5배를 받는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도 일반 국민은 65세이지만 공무원은 60세부터 받는다. 결과적으로 공무원이 5년을 더 많이 받는 셈이다. 공무원연금은 2001년 599억원 적자를 본 후 매년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연금 적자분은 2조원이었으며 전액 세금으로 메꿨다.올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는 2조5천854억원과 1조3천733억원이다.

연금 적자 누적시 세대간 갈등 야기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적자를 메우는데 필요한 재정이 2020년 6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공무원연금의 충당부채는 전체 연금충당부채 596조원 중 80%가 넘는 484조원으로, 국가재정 건전성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을 포함, 공적 연금 수령 인구가 매년 증가하는 것도 연금 재정을 위협하는 요소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공무원 연금 수령 인구는 지난해 34만 명에서 2017년 43만 명으로 증가하고 공적연금 지출액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0%씩 증가한다. 이는 정부 재정지출 증가율(3.5%)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특수직역연금을 방치할 경우 국가 부담이 너무 커져 지속 불가능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며 세대간 갈등도 야기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노인세대의 연금 보전을 위해 미래 세대가 부담하는 형태가 계속되면 세대간 갈등이 불가피할 거라는 얘기다.

문홍식 기자

hsmoon09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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