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에 탄력이 붙고 일정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이 불거질 당시 법조계나 정치권에서는 리스트 인사 가운데 '검찰 수사 1호'로 이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를 꼽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 총리의 사의 표명으로 리스트 인물 8인 가운데 첫 번째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9일 사망하기 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인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천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하지만 수사팀이 수사에 공식 착수한 13일부터 한 주간 이 총리에 대한 의구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치권에서 "이 총리를 우선 수사하라"며 압박을 가한 가운데 이 총리측 전 운전기사인 윤모씨가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재보궐 선거 캠프에서 독대했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이 총리 측에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가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수사팀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게 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를 수사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 것이다.
또 성 전 회장은 2011년 5∼6월께 측근인 윤모(52) 경남기업 전 부사장을 통해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홍 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리스트 8인 가운데 유일하게 금품 전달자가 공개된 셈이다.
공여자와 수수자의 진술이 엇갈리기 쉬운 정치자금법 또는 뇌물 사건의 특성상 배달자는 어느 한 쪽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인이다. 수사팀 입장에서는 진실을 규명하기가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