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15일 인천 골든스카이호텔성공사례워크숍에서 강연 중인 전홍기 중소기업진흥공단 마케팅사업처장 |
"유통망은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이뤄져야 합니다. 씨줄만으로도 안 되고 날줄만으로도 안돼요. 중국 내수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현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편으로 현지의 힘 있는 당국자와도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특히 지역 권력자들 중에는 중앙의 영향력을 받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해선 이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하는데 꼭 필요한 게 '진정성'입니다. 중국인들은 외부인을 잘 믿지 않으므로 기업 오너가 직접 발로 뛰면서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온 몸으로 부딪쳐야 해요"
한국 기업의 중국 내수 시장 개척을 돕고 있는 전홍기 중소기업진흥공단 마케팅사업처장의 조언이다. 기업주들이 정부 지원에만 의지하지 말고 발로, 몸으로 현장을 뛰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25년간 중소기업 진흥을 위해 일해 왔다.
내수 시장 잡으려면 유통망 확보가 중요
지난 24일 오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여의도 본부에서 만난 전 처장은 "중국이 매년 10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8% 정도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해마다 쏟아져 나오는 대학생들과 농민공(農民工)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젠 해안가 도시 중심의 수출 주도형 경제 개발은 한계에 부닥쳤다. 인건비가 너무 올라 세계 공장으로서의 역할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그는 "몇 년간 중국 현지를 돌아다니며 시장 조사를 했다. 박 대통령의 의지로 유통망지원사업이 급물살을 탄 건 사실이지만 급조된 정책은 아니다. 현지 조사를 통해 시장의 특성과 소비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주재원들로 하여금 중국의 유명 인사들에게 직접 교육을 받는 동시에 그들과 개인적 관계를 맺도록 주선하는 사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전 처장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시장 환경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또 지역 내의 정부 당국자들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제품 경쟁력 외에도 믿을 수 있는 현지인을 만나야 하는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다반사다. 현재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체계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는 것.
전 처장은 "그렇다고 모든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린 오랫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1만개 정도의 상품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즉 빅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별·육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결코 정부위주의 일방적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단기적 매출 아닌 장기적 효과가 중요
그는 또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부처 간 협력이 잘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처·기관 간 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질적 병폐였다. 그러나 중국 유통망 지원과 관련해선 협업이 잘 되는 것 같다"며 밝게 말했다.
▲ 전홍기 중소기업진흥공단 마케팅사업처장(왼쪽) |
"사기종인(舍己從人)의 도리로 중국인 포용하라"
전 처장은 "지금도 중국 시장을 발로 누비며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공단의 다른 임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의 90%는 중소기업이다. 이들의 발전이 국가 발전과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20년 넘게 현장에서 일하며 깨달았다. 그러나 정부 지원만으로 부족하다.
중소기업 특히 오너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아직도 한국 사업가들 중에는 중국 사람을 깔보는 경향이 강하다. 퇴계선생은 '불능사기종인 학자지대병(不能舍己從人 學者之大病)'이라 했다. '나를 낮추고 남을 따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도리를 마음에 새기고 모든 걸 포용하겠단 생각으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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