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태 회장 |
최근 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부회장직’ 자리를 없애면서 그의 권력 집중과 친정 체제를 한층 강화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김한조 외환은행장과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지주 부회장직을 퇴임했다고 밝혔다.
결국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3월 최흥식 전 하나금융 사장이 퇴임 이후 지주 사장 자리에 이어 지난 달에는 부회장 자리마저 없앤 셈이다.
최근 1년여간 하나금융에서 벌어진 일련의 인사들을 살펴 보면 하나금융의 매트릭스 조직에 흠집을 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매트릭스 조직은 하나금융이 2008년 8월 지주사 산하 개별법인 중심의 수직조직과 별개로, 주요 과업을 전담 수행하는 '수평조직'을 지주사에 두는 조직체계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개인금융부문과 기업금융부문, 자산관리부문으로 나누는 식으로 계열사 협업을 유도했다.
이 같은 매트릭스 체제의 영향이 이어져 지난해까지는 각각 하나은행장, 외환은행장, 하나대투사장이 지주 부회장직을 겸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성공적 통합을 기원하며 조기 사퇴한 이후부터는 개인금융부문 부회장직은 공석으로 유지됐다. 김병호 행장 선임 이후에도 부회장을 겸직하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나머지 두 부회장이 결국 퇴임하면서 이제 김정태 회장의 하나금융에 대한 ‘나홀로 경영’의 입지가 강화된 양상이다.
부회장직 폐지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김 회장이 장기집권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은 이사회 장악을 통해 조직 장악력을 강화했다. 김 회장은 사내이사직 축소와 사외이사 교체를 통해, 이사회 내에서 본인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 회장은 현재 이사회에서 이사회 운영위원회와 경영발전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도 겸임하고 있다”며 “그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하나금융지주 1인 사내이사에 올랐다.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 중 사내이사 1인은 금융업계에서 김정태 회장만이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하나금융의 새로운 사외이사진도 김 회장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나금융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8명 중 5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이러한 사외이사 신규 선임을 통해 김 회장의 친정체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게 금융업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만일 김 회장 부재 시 하나금융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대 혼란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내 4대 금융그룹이란 거대 조직에서 한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간 통합 지연과 관련해 김 회장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조 관계자는 “김 회장이 외환은행의 통합 추진에서도 밀어붙이기식 일 처리로 인해 성과보다는 잡음만 발생하고 있다”며 “소통보다는 권력 집중에 따른 독재형 경영이 팽배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