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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초유, 미숙아 면역력 높인다

서울대병원 김한석·이주영 교수팀 발표

2015.04.03(Fri) 08:29:09

엄마로부터 나오는 소량의 초유를 출생 직후 미숙아의 구강점막에 묻혀주면, 면역력을 높이고, 패혈증의 위험률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한석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영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미국소아과학회지(Pediatrics) 최신호에 발표했다. 미국소아과학회지(Pediatrics)는 전 세계 소아청소년과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저명한 의학지로, 이제까지 우리나라 논문이 실린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연구팀은 재태 28주 미만으로 출생한 초미숙아를 대상으로 각 미숙아의 엄마로부터 출산 직후 배출되는 첫 모유인 초유를 받아서 비교군(24명)의 구강인두(양쪽 볼 점막)에 오른쪽 0.1mL, 왼쪽 0.1mL씩 투여하였다. 이 같은 방법을 매 3시간 마다 72시간 동안 반복했고, 대조군(24명)에는 증류수 0.2mL를 같은 방법으로 주입했다.

   
▲ 왼쪽부터 김한석, 이주영 교수

구강인두는 인체 내부가 외부와 만나는 점막이다. 이곳에 존재하는 점막면역 림프조직에서는 면역글로불린A, 락토페린, TGF-beta 등 여러 면역인자들이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과 바이러스, 진균 등에 대해 1차 방어작용을 한다.

초미숙아는 이러한 1차 방어능력이 매우 취약한 상태로 출생한다. 더구나 초미숙아는 인공호흡기에 연결된 기관삽관 튜브와 모유나 분유를 공급하는 장관영양 튜브를 구강 내에 거치하는데 여러 이물질이 구강내에 있게 되면 점막의 방어벽은 쉽게 손상되고, 감염의 경로가 된다.

이에 연구팀은 초미숙아의 구강인두를 통해 초유를 투입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 개시 1주째 요중 면역글로불린A(immunoglobulin A)의 농도가 초유 투여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의미 있게 높게 나타났다(71.4ng/g vs. 26.5ng/g). 면역글로불린A는 혈청 성분 중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체로써 점막을 통해 침입하는 감염을 억제한다.

신체 방어역할에 큰 도움을 주는 요중 락토페린(lactoferrin)의 농도 또한 대조군에서 0.9ng/g인 반면 초유 투여군에서는 3.5ng/g으로 높게 나타났다. 락토페린은 초유에 함유된 항균/항바이러스 물질로써 모유를 통해서만 신생아에게 공급되며 면역기능 외에도 세포증식, 염증 억제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2주째에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염증인자로 알려진 요중 인터루킨-1베타(interleukin-1β)의 농도가 대조군에서는 91.8ng/g인 반면 초유 투여군에서 55.3ng/g로 더 낮게 나타났다. 이는 미숙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괴사성 장염을 매개하는 중요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임상적 패혈증 발생률도 대조군에서는 92%인 반면 초유 투여군에서는 50%로 낮았다.

그동안 초유의 면역보호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어 신생아들에게 많이 권장되고 있지만 초미숙아는 대부분 출생 직후 수 일 동안 생체활력 징후가 불안정하고 장이 미숙하여 초유를 먹지 못한다. 튜브를 통해 모유나 분유를 공급하는 장관영양법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초미숙아의 구강인두에 초유를 묻혀주면 초유의 여러 면역인자들이 구강 내에 존재하는 ‘점막면역 림프조직’과 상호작용하여 면역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한석 교수는 “초유의 장점은 많이 알려졌지만, 초유를 못 먹는 초미숙아를 위한 방법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이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 모유를 먹을 수 없는 상태의 미숙아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하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주영 교수는 “좀 더 명확한 결론을 위해서는 대규모의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출산 직후 며칠 동안 매우 소량의 초유를 구강인두에 묻혀주는 것만으로도 감염의 위험이 매우 높은 미숙아의 면역 기능을 잠재적으로 높여 주어 패혈증이나 폐렴, 괴사성 장염 등의 발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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