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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나진항 개방이 관건

향후 한국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 될 가능성

2014.04.24(Thu) 06:34:41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1일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이달 22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터키 등 5개국에서 ‘유라시아 지식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또 최연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22일 열차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거쳐 방북할 것으로 알려졌다. 23일부터 28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제29차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사장단 정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회의 기간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와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비즈한국>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대해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0월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유라시아 시대의 국제협력’ 컨퍼런스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이제 유라시아에 새로운 소통의 길을 열어 협력의 잠재력을 끌어내야 할 때”라며 “단절과 고립, 긴장과 분쟁을 극복하고 소통과 개방으로 평화롭게 번영하는 새로운 유라시아를 건설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제시한 것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다.

물류 분야 연결로 시너지 효과 노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내용은 단기적으론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의 연결, 장기적으론 부산부터 유럽까지 이어지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통한 철도연결이다. 우선 물류분야를 연결하여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리고 철도연결을 통한 경제성 창출의 정도를 보고 전력망, 가스관, 송유관 등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와의 연결을 통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

국내 한 러시아 전문가는 “이 구상은 3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기둥은 광대한 대륙을 단일 경제시장으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하나의 대륙’이다. 둘째는 창조경제를 통해 유라시아가 세계의 성장엔진이 되게 하겠다는 ‘창조의 대륙’. 셋째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바탕으로 유라시아에 평화를 가져 오겠다는 구상이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으로 구체화되는 ‘하나의 대륙’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두 개의 노선이 있다. TKR동해선과 TSR을 연결하는 SRX1은 총 연장 1만2350㎞의 철도노선이다. 총 길이가 1만 1841㎞에 이르는 SRX2는 TKR경의선과 몽골횡단철도(TMGR), 중국횡단철도(TCR), 그리고 TSR 연결노선이다.

육·해상 복합운송물류 구축이 핵심

그는 “‘하나의 대륙’이란 비전아래 북극 항로 추진, 동북아 해상교통과 이를 통한 북극해와의 연결까지 내다보고 있는 박 대통령의 SRX 구상은 해운·항만 및 연계복합물류시설의 확충에 실패한다면 이루어 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육·해상 복합운송물류 네트워크 구축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육·해상 복합운송물류 네트워크 구축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제2 비전인 ‘창조의 대륙’과도 연결된다. ‘창조의 대륙’이란 쉽게 말해 상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컨테이너 화물 운송의 경제적 실익을 따져보면 부산~나진 간 해상운송 후 TSR을 경유하는 루트가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육·아울러 “나진항은 북극해로 가는 길목에 있다. 그러므로 나진항의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북극 항로는 수에즈 항로에 비해 운항거리는 최대 40%, 운항기간은 최대 10일 단축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바다와 육지의 교차점, 육상과 해상 운송수단이 임무를 교대하는 십자로에 나진항이 있다. 나진항이 개방된다면 유라시아 대륙물류 지도가 바뀔 것이다. 나아가 통일 준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위해서도 나진항 개방은 물론 북한의 적극적 물류 개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라시아 대륙은 세계인구의 약 71%가 살고 있으며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2개의 시간대에 걸쳐있는 세계 최대의 단일 대륙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통해 궁극적으로 부산-북한-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관통하는 철도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건설하고자 한다. 즉 유라시아내 교통 및 에너지 인프라 구축으로 한국, 중국, 일본까지 참여하는 거대한경제권을 형성하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작년 11월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강 중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러시아는 지난 해 3월 ‘극동 및 바이칼 지역의 사회·경제발전 국가 프로그램 2025’를 발표, 12년 동안 약 10조 5000억 루블의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400조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러시아의 아시아 중시 기조와 맞물려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일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박병인 연구교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실현가능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기존의 한-미-일, 북-중-러 관계에만 골몰했던 우리나라 정부가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기본 골격은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 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구상은 친중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과 북-중-러 중심의 동북아 구도에 새로운 다자간 협력 체제를 더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한 다자간 협력 체제에서 북한의 참여가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지, 일반이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친중으로 돌아선 게 아니라는 것. 즉 전략적 접근이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노무현 정권은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만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보고 대등한 협상당사자로 대해야 개방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봤다”면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물류 확보가 기본이다. 특히 나진항 개방이 관건인데, 현재 정부의 태도로 보아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중국이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러시아라는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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