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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없어도 다른 덴 수북해” 왜 그럴까?

모발을 지배하는 남성호르몬, 부위에 따라 달리 작용해

2015.03.27(Fri) 15:45:57

   
▲ 이인준 원장

탈모 환자들 중에는 머리카락은 빠지는데 턱수염이나 콧수염, 혹은 다른 부위의 털은 수북하다는 불평을 내뱉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제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

털의 생장과 관련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호르몬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인데, 이 안드로겐이라는 성호르몬은 우리 몸의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예를 들어 눈썹은 안드로겐에 의한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반면, 얼굴, 하복부, 가슴, 허벅지 전면, 치골과 겨드랑이 부위의 모발은 남성호르몬 분비에 민감하다. 안드로겐이 많이 분비되는 사춘기가 되면 유독 이런 부위의 털이 두꺼워지고 색이 짙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남성호르몬에 반응하는 머리카락의 부위별 모습이다. 남성호르몬에 민감한 앞머리나 정수리는 대개 남성 호르몬이 많아지면서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경향이 있는데, 탈모가 심한 사람이라도 뒷머리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뒷머리의 머리카락에는 남성호르몬의 작용이 앞머리에 비해 덜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두피에서는 안드로겐의 절대적 양보다 남성호르몬에 대한 민감성이 남성형 탈모를 유발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탈모 부위에서 5알파환원효소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전적 배경이 있는 사람의 모낭에서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가장 강력한 안드로겐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변화되어, 성모를 솜털로 변화시키고 탈모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남성호르몬의 대사를 억제해 남성형 탈모를 치료하는 경구용 약제는 크게 '두타스테리드', '피나스테리드'가 있다. 두 약제 모두 5알파환원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탈모를 유발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의 농도를 감소시킨다. DHT 억제가 곧 탈모예방 및 치료에 핵심인 셈이다.

항간에서는 이 약제들이 남성호르몬의 대사를 억제한다는 점 때문에 복용 시 남성기능까지 억제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두타스테리드' 등의 경구용 탈모치료제는 남성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변형되어 생성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를 억제하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 증가, 음경 및 음낭의 성장, 남성화 음모와 겨드랑이 털, 정자 형성과 같은 정상적인 남성 기능에 필수적이지만 DHT의 경우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남성형 탈모를 유발하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억제하는 것은 남성의 성기능과는 무관하다고 할 수 있다.

남성 기능에 필수적인 테스토스테론과 남성형 탈모를 일으키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은 엄연히 다른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호르몬의 세계는 우주와 같이 광활하고 복잡하지만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남성형 탈모 질환이 남성호르몬의 대사작용에서부터 시작되며,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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