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AIIB 가입을 요청한 후 미국의 눈치를 보며 참여 결정을 8개월이나 미룬 이후 이뤄진 결정이다.
AIIB 참여과정에서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지분율과 지배구조 등을 놓고 다른 회원국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 국제금융기구에서 지분율은 곧 힘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익 극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 정부가 참여 결정에 8개월을 끌면서 AIIB의 2대 주주 자리를 인도, 호주 등 다른 나라가 차지하고 한국은 3대 내지 4대 주주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IIB는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력에 비례해 오는 6월까지 지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의 지분율은 75% 정도인데 우리 정부는 지분율 6% 이상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인도에 이어 ‘3대 주주’ 등극을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금융기구에서 갖고 있는 최대 지분율은 ADB의 5.06%다. 중국이 50% 안팎의 지분을 가질 것으로 보여 중국의 지나친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 최희남 국제경제관리관은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AIIB 가입 결정 이후 앞으로 지분율 구성에 있어 국익이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 앞으로 AIIB 설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설명했다.
최 관리관은 "이달 말 기한 이전에 AIIB 참여를 결정함에 따라 협정문 논의 과정에서 국익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창립 회원국이기 때문에 지분 프리미엄을 얻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경제력을 기준으로 지분을 배분한다고 하지만, 아시아 역내국·역외국 배정, 국내총생산(GDP)을 명목 또는 실질 기준으로 하느냐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며 “역내 기준으로는 한국이 중국과 인도에 이어 GDP 규모가 3위지만, 지분율이 3번째가 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AIIB 가입이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우리 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아시아 개도국의 인프라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 상당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 최근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며 해외 건설 투자 기업 등에 5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한 대책과도 시너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 북한 지역 인프라 개발 참여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AIIB 설립은 다자 국제기구 설립 관례에 따라 앞으로 협정문 서명과 회원국 국내 비준절차 진행 공식 출범 순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6월까지 협정문 서명이 끝나면 참가국별로 국내 비준절차를 거쳐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AIIB가 공식 출범할 전망이다.
조철민 서원대 교수는 "AIIB 참여과정에서 운영 원칙이나 지배구조 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목표와 태도를 정할 것인지 비전을 짜서 국익 극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