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덕규 전 사장 |
지난해 말 임기 중 경질된 SK네트웍스 문덕규 전 사장의 ‘인사 항명’논란으로 SK그룹이 최근 내홍을 겪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문덕규 전 사장은 지난 18일 SK네트웍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을 퇴진시킨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게 보냈던 이메일 내용을 공개했다.
문 전 사장은 SK네트웍스 전직원에게 메일을 보낸 이유에 대해 김창근 의장에게 임기 중 돌연 사임시킨 배경을 물어봤으나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사장은 “국내 3대 그룹(SK그룹)에서 임기 중인 최고경영자(CEO)를 아무런 사유나 설명도 없이 퇴임시키는 이런 관행은 중단되고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한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구속수감과 과거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등을 언급하면서 “이는 그룹의 미숙한 리스크 매니지먼트(위기관리)에서 비롯된 것인데 그룹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수준과 신상필벌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사장은 SK E&S 영남에너지 사장과 SK E&S 사장 등을 거쳐 2013년 2월 SK네트웍스 사장으로 취임했으나 임기 중인 지난해 12월 경질돼 SK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재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횡령과 배임으로 실형을 살고 있는 최테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 되면서 SK그룹 경영진간 결속력 약화에서 벌어진 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SK그룹이 최근 M&A 시장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신 상황도 총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다는 진단도 나온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월 KT렌탈 본입찰에 참여했으나 2차 본 입찰에 불참했다. SK는 STX에너지·STX팬오션·ADT캡스 등의 M&A시도에서도 모두 고배를 마셨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의 풍토상 중요 경영 상황에 대한 결정은 총수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그룹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례들을 보면 총수 부재를 실감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