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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인가

2014.04.21(Mon) 14:46:11

   
▲ 김한기 국장
지난달 정부는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라고 규정하며 강한 규제개혁 의지를 드러낸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번 회의는 기업인들과 관계 장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TV까지 생중계되며 ‘끝장토론’형태로 진행됐다.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존 규제개혁에 대한 엄밀한 평가없이 모든 규제를 악으로 규정하는 마구잡이식, 기업들의 민원들어주기식 규제개혁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럼 규제개혁은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모든 규제를 악으로 규정하는 인식과 접근은 규제개혁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규제와 그렇지 않은 규제를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강한 의지를 과격한 형태로 표현할 경우 자칫 일반 국민들에게 '규제는 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전달하게 된다. 이는 시장의 공평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바람직한 규제와 바람직하지 않은 규제를 명확히 구별하는 것이 규제개혁의 첫 걸음이다.

둘째, 이전 정부에서 진행된 규제개혁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장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과거 정부의 규제개혁 정책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이 부분을 간과한다면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처럼 일부 재벌 대기업, 수출기업을 위한 규제개혁 내지는 규제완화는 ‘낙수효과’의 부재로 인해 그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개혁의 효과가 전 국민과 경제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근거로 규제개혁의 내용과 세부내용을 정해야 규제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셋째, 기업들의 민원들어주기식 방식으로 규제개혁을 진행할 경우 자칫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보다는 경제양극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몇몇 기업 관계자들이 규제개혁을 빌미로 그간 기업들의 사익추구를 막기 위한 건전한 규제도 일거에 폐지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보였다. 예를 들어 당일 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3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호텔이지만 학교인근이라는 이유로 관할 구청의 사업 승인이 불투명하다"며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그러나 유해시설인 관광호텔에 대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사업승인을 요구한다면 이는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부당한 사익추구 행위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우리 경제의 구조와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측면에서의 규제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의 규제개혁 논의는 마치 규제개혁을 하면 우리경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규제 동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탈규제(Deregulation)에서 재규제(Reregulation)로 선회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과도한 규제완화에서 초래된 측면이 크므로 선진 각국들은 서둘러 재규제에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과 금융회사의 재규제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규제개혁도 궁극적으로 일자리창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목표하고 있으므로 건전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규제개혁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민주화, 금산분리 원칙의 강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성장의 동력, 기반 확충이 가능하도록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의 규제개혁도 이런 맥락에서 논의, 진행돼야 실질적인 규제개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김한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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