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영화.그러나 필름이 남아 있지 않아 다시 볼 수 없었던 영화.한국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화로 꼽히는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년·김수용 감독)의 필름이 대만에서 발견돼 영화 전편(全篇)이 복원됐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병훈)은 4월21일“한국 영화사상 흑백영화로는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던 <저 하늘에도 슬픔이>의 필름을 대만에서 발견해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상자료원은 오는 5월 한국영상자료원 창립 40주년 기념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일반에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영상자료원 관계자는“한국영화사에 매우 중요한 또 하나의 극영화를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영상자료원은 지난 1월에도 <가요반세기>(1968년?김광수 감독) 필름을 찾아낸 바 있다.
이 영화는 당시 대구 명덕초등학교 5학년 이윤복 어린이가 쓴 수기(手記)를 선생님이 출판해 국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일련의 과정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현재 50대 이상의 중?노년층들은 대부분 이 영화를 기억하면서“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이 영화는 개봉 첫 날부터 관객이 몰려 장장 50일 간 장기상영을 기록했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한국영화계는 한동안 수기물을 각색한 영화가 대거 제작되었을 뿐 아니라 1970년 속편이 제작되고, 1984년과 2007년에는 각각 김수용 감독과 한명구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화제를 불러 모아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윤복이의 일기>라는 제목의 스틸 에세이를 제작하기도이 영화는 특히 1960년대 가난하고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료(史料)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촬영지인 대구 시가지의 모습과 풍경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대구지역의 향토사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영화사적 측면에서는 신영균, 조미령, 주증녀, 황정순 등 당대 스타 뿐 아니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1961)에서 옥희 역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아역배우 전영선과 성인배우 못지않은 감정연기를 보여준 김천만이 출연해 더욱 화제를 모았다. 김수용 감독은 이 영화의 성공으로 ‘김수용 최고의 해’, ‘논픽션 수기 붐, 새 경지 이룬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으며 신상옥, 이만희 감독 등과 더불어 1960년이 영화는 1965년 국제극장에서 개봉해 서울 관객 28만5천 명을 동원하며 그 해까지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 중 <성춘향>(신상옥, 1961, 컬러영화, 38만여 명 동원)에 이어 역대 흥행 2위(흑백영화 흥행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국내에서는 아역 주연의 실화극 제작이 붐을 이루는 등 1960년대의 대표작으로 꼽혔으나 안타깝게도 필름이 유실돼 그 동안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영상자료원은 이 영화가 당시 대만에 수출되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2004년부터 이 영화의 필름을 수소문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김소영 트랜스아시아영상문화연구소장(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의 제보를 받아 이 영화의 수출 당시 제목이 <추상촌초심(秋霜寸草心)>이며 필름이 중국 영화로 분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상자료원은 대만영상자료원에 협조를 요청해 지난 3월 필름을 빌려와 보존용 필름을 만들고 영상 및 사운드에 대한 복원작업을 거쳐 활용용 디지털 시네마(DCP)로 제작했다.
다행히 이 영화는 중국어 자막이 들어가긴 했어도 한국어 사운드가 보존되어 있어 영상 뿐 아니라 한국어 사운드와 음악까지 원본 그대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4월21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 KOFA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는 김수용 감독과 출연배우, 원로 영화인, 영화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이 영화의 발굴을 축하하고 복원된 필름으로 시사회를 가졌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 는 어떤 영화?
□ 작품명: <저 하늘에도 슬픔이>
□ 제작년도: 1965년
□ 규격: 35mm/흑백/상영시간 102분
□ 제작사: ㈜신필름
□ 감독: 김수용
□ 음악:정윤주/ 촬영:전조명 /각색:신봉승
□ 출연: 김천만/신영균/장민호/정해정/김용연/이지연/방수일/조미령/최난경/주증녀/김동원/강계식/김성원/박상익/황정순/김정옥/전영선/김경숙/김병관/박경희/김신재/이업동/임해림/김기범/최준/김용학
□ 특이사항: 실제 인물의 수기를 바탕으로 하여 만든 실화극(한국 흑백영화 사상 최고 관객 동원)
□ 줄거리
설날, 대구 명덕국민학교에 다니는 윤복(김천만)은 집세를 내지 못해 폐인이 된 아버지와 어린 동생들을 데리고 시외의 움막집으로 이사한다.
설빔을 입고 즐겨야 할 윤복은 여동생 순나(정해조)와 시내 다방을 돌아다니며 껌을 팔다가 희망원 직원에게 끌려가지만 밤중에 철조망을 뚫고 뛰쳐나와 저녁끼니를 먹지 못하고 있는 아버지와 어린 동생 태순(이지연)에게 돌아온다.
이러한 비참한 생활 속에서도 윤복은 아버지의 학대에 못이겨 집을 나간 어머니(주증녀)를 원망하며 일기를 계속 쓴다. 한편 교사인 김동식(신영균)은 이발면허까지 얻어 가난한 학생들의 머리를 깎아주고 헌옷가지를 나누어 준다. 동식은 윤복의 일기를 보고 감탄한 나머지 일기를 정리해 동생 용웅(방수일)을 상경시켜 출판사를 찾아가도록 한다. 출판된 윤복의 일기는 날개 돋힌 듯 팔리고 가난했던 윤복의가정에도 서광이 비친다. 노름꾼인 아버지는 대오각성하고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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