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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계모 사건은 빙산의 일각, 제도개선 필요

인터뷰 / 마포 아동보호전문기관 최인용 팀장

2014.04.21(Mon) 09:36:11

   
▲ 마포 아동보호전문기관 최인용 팀장(가장 왼쪽)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12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학대를 당해 죽은 아동이 97명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뭘 했나요?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아동 1명이 죽으면 사회 제도가 바뀝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변한 게 없어요. 아동은 투표권이 없으니 정치인들도 관심 없습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칠곡 계모 사건 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아동학대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마포에 위치한 아동보호전문기관(사회복지법인)의 최인용 팀장(33)을 만났다. 그에게 최근 발생한 칠곡 계모 사건과 게임중독 아버지가 두 살 아들을 살해한 사건 등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그는 개별 사건들을 취재하는 것은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 뿐이라며 사회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아동학대,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최 팀장은 법률에서 본 아동학대와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본 아동학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봤을 때 아동학대의 범위는 넓다”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에게 과도한 학습을 요구한다. 사람에겐 연령별 능력이란 것이 있는데 한국 부모들은 이를 무시한다는 것.

   
▲ 경복대학교에서 아동학대 예방교육 중인 최인용 팀장


“6살짜리 아이를 새벽 5시에 깨워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고 못 외우면 때리는 아버지를 본 적이 있다. ‘아버지는 6살 때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공부하셨어요. 본인도 할 수 없는 걸 왜 아이에게 강요하세요’ 하고 물으면 대답을 못 한다. 중학생에게 4시간만 자고 공부할 것을 강요하는 부모들도 많다”며 개탄했다.

이어 “한국 부모들은 아이에게 자기주도권을 주지 않는다. 만3살이 되면 자기주도권을 줘야 한다. 내가 말하는 자기주도권이란 ‘먹고, 싸고, 자고, 입고, 놀고’다. 한국 부모들은 20살이 넘어도 자기주도권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 팀장은 “예전에 한 어머니가 우리 기관에 전화를 해 아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성인이어야 할 수 있다고 답하자. 우리 애는 20살이 넘었다는 거다. 본인이 직접 전화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대학생인 아들이 전화를 받았다. 우리 기관의 부서를 설명하고 어디서 일할 것인지 묻자 엄마에게 물어 보더라. 아이에게 자기주도권을 줘야 한다. 그래야 학습계획을 짤 수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그는 또 “이런 부모 위주의 교육이 가능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의 연장으로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자기가 못 이룬 꿈을 이룰 것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거다. 왜냐하면 자식은 ‘내 것’이니까. 이러니 인성교육이 되지 않고, 기술직을 천시하는 경향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강체벌은 기회주의적 인간 키워

최 팀장은 “연구 결과를 보면 체벌은 전혀 효과가 없다”며 “K란 아이는 잘못했을 때마다 매를 맞았다. D란 애는 잘못했을 때 부모들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설명하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납득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20년이 흘렀다”

그가 밝힌 연구결과에 따르면 K란 아이 머릿속엔 ‘왜 맞았는지’가 아니라 ‘맞았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그래서 성인이 된 후 어떤 행위를 할 때 이 행위가 옳은지를 판단하지 않고 이 행위로 처벌 받을지를 고민한다는 것. 따라서 K는 처벌 받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되면 위법한 행위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이해하며 자란 D는 성인이 되면 행위 자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된다.

그는 “지금까지 600여 가정의 아동학대 건을 조사했다. 내 경험으로도 체벌은 절대로 인정해선 안 된다”며 “오는 9월에 시행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문제”라고 밝혔다.

최 팀장은 “이 법은 지난 2012년 9월에 발의됐다. 새누리당에서 위원회를 만들 때,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나를 불렀다. 그 후 지지부진하다 작년 ‘울산 서현이 사건’이 발생하자 급하게 작년 말에 통과시킨 거다. 내가 알기로 아동특례법은 100순위였다가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자 안건 30순위로 올랐다가 마지막에 3순위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6년 간 담당자들에게 현장에 한 번만 나와 달라고 수없이 요구했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실무자조차 나와 보지 않았다. 우리가 보고해야 할 상부기관만 해도 보건복지부, 서울시, 구청,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그리고 기타 상급기관들이다. 여기다 국회의원들 자료까지 줘야 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서울에 8개, 전국에 51개다. 우리 기관 인원은 5명이다. 서울시에서 주는 보조금은 1년에 1억 원이조금 넘는다. 인건비도 안 된다. 인프라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만 제정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용산구청에서 아동학대 예방 교육 중인 최인용 팀장


최 팀장은 “제정된 아동특례법엔 아동학대에 대해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유교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선 아이는 때리면서 키워야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회 인식과 법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 따라서 법이 시행되면 엄청난 혼란이 예상되는데, 여기에 대한 검증과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외상후장애를 넘어 성숙으로

마지막으로 그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평균 재직 기간이 1년 7개월이다. 우리 기관의 경우 한 명이 120가정을 담당해야 한다. 10시에 퇴근해서 새벽에 아동학대 신고 전화를 받으면 바로 출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힘든 건 업무환경이 아니다. 사망한 아동의 장례식에 가 본 적 있는가. 아무도 없다. 휑하다. 너무도 쓸쓸하게 한 생명이 사라졌다. 그 적막이 가슴을 친다. 그리고 지켜주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나를 소진시킨다”고 고백했다.

최 팀장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신경성 위염부터 대상포진 등 각종 질병을 앓았다고 한다. 심리 상담과 안식일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서 많이 좋아졌다. 그는 이젠 한 발 더 나아갈 것이라며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넘어서니 ‘외상후성숙’이란 현상을 경험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1년 7개월을 넘어서면 스스로 성숙해졌다는 걸 인지하게 된다. 지금까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일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 과정을 통해 지켜진 건 나 자신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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