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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수기 시장은 떠오르는 블루오션”

한국 기업들, 현지화와 유통망 확보 서둘러야

2014.04.21(Mon) 08:46:02

   
▲ 헤이룽장성 치치하얼(齊齊哈爾)에서 수동 펌프를 사용해 물을 긷고 있는 중국인


중국 일간신문 신징바오(新京報) 4월13일자는 지난 4월10일 오후7시부터 11일 오전2시까지 간쑤성 성도인 란저우(蘭州)시에 공급된 수돗물에서 118∼200㎍/ℓ에 달하는 벤젠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설정한 기준치(10㎍/ℓ)의 11∼20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시 정부는 24시간 동안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고 공식발표했고 란저우 시민들이 한꺼번에 생수 사재기에 나서면서 생수 가격은 하루사이에 10배 이상 뛰었다. 게다가 수도공급업체가 벤젠 검출 사실을 확인하고도 18시간이상 쉬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의 한 한국인 유학생은 “중국인들은 수돗물을 믿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는다. 아무리 가난한 국민이라 할지라도 최소한 수돗물을 끓여서 마신다. 직접 마시는 경우는 그야말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신을 배경으로 중국내 정수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 정수기 시장이 한국의 가전기업들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향후 5년간 1000억 위안(한국돈 16조6000억원)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중이캉(中怡康)은 최근 2013년 중국의 정수설비는 2012년 대비 57.5% 증가한 428만 대에 달하고 매출은 180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7년간 연평균 45%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질병예방공제센터 환경건강제품 안전연구소도 유럽과 미국의 정수기 보급률이 90%가 넘고 일본도 70%에 달하나 중국은 2%에 불과해 앞으로 시장 발전 여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수요는 급증, 품질은 천차만별

국내 중국 전문가는 “중국에는 정수기 생산업체가 3000여 개 있으나 대부분 중소업체들이어서 시장이 분산돼 있다”면서 “그만큼 정수기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 제품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품질이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위생부에 따르면 11개 정수기 제품이 정수한 물을 조사한 결과 비소, 콜로니 수량이 기준을 초과하거나 유기물 제거 불량 등 하자를 보였다. 현재 중국의 정수기산업은 발전 초기 단계로 정수기 제품 간 격차가 크며 애프터서비스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첸강(陳剛) 중국가전협회 부비서장은 ‘정수기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지만 소비자들이 정수기제품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중국 가전협회 조사에서 정수기 사용자 중 24%가 여과필터 교체시간을 잘 몰라 2차 오염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현재 많은 중국내 가전 기업들이 정수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수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선두권 업체들은 대부분 중국 기업들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한국 정수기 업체에 대한 인식은 아주 좋은 편”이라고 했다.

국내 정수기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21일 중국가정용전기협회와 베이징중치(北京中企)미디어가 베이징에서 공동 주최한 제1기 중국 수처리제품 소비자 조사발표회에서 LG 제품이 높은 기술력과 고급 품질로 2012~2013년 중국 정수기 정수효과 우수제품 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단후이더(單惠德) LG전자 총감은 ‘올해를 정수기 분야 시장점유율 제고 원년으로 잡고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밝또 “청호 나이스의 경우 정수기 업계 2위인 중국의 메이디(美的)와 합작해 ‘메이디청호’를 설립했다”면서 “2001년 정수기산업에 뛰어든 메이디는 2006년 청호나이스와 합작을 했다”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메이디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가열관, 모터 등 정수기를 통제할 수 있는 컨버터 기술을 갖고 있다. 그리고 탁월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제품 연구 개발부터 구입·제조·유통·설치·판매에 이르는 전 공정을 철저하게 관리해 업계에서 일류 컨버터 정수기 회사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역삼투정수기 제품이 주력이며 토종기업으로서의 촘촘한 유통망이 강점이다.

   
그는 “정수기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화”라며 “중국 땅은 워낙 넓어 기후가 다른 곳이 많은 데다 교통 등의 사회 인프라, 소득 등의 격차가 아주 크기 때문에 지역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상위 10위 업체 대부분 로컬 브랜드

중국의 한국인 사업가는 “현지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예전에 중국의 유명 가전업체인 TCL에 방열도료를 납품하기 위해 3년간 노력했지만 현지 엔지니어를 쓰지 않고 한국 엔지니어를 써서 품질테스트에서 탈락했다. 특히 하얼빈(哈爾濱)처럼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지방에서도 쓸 수 있는 방열도료를 원했다. 그러나 내가 고용한 한국 엔지니어는 이런 점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2013년 중국정수기협회, 중국품질감독국, 국가브랜드발전위원회, 포브스, 상하이푸싱미디어, 맥킨지 등이 공동으로 선정한 중국 정수기 10대 기업에는 중국 로컬기업이 대세를 이뤘다.

스티브(STEVOOR), 메이디, 리성(立升), 취안라이(泉來), 안지얼 등이 주요업체로 선정됐으며 한국 업체는 순위에 들지 못했다. 10대 기업 선별조건으로는 등록자본금 500만 위안 이상, 자체기술 생산라인 보유, 유통체인 구비 등이었다.

현지인 적극 채용해야

그는 “영국의 고급 브랜드인 스티브의 경우 2003년 홍콩에 전문점을 설립하고 중화권 시장을 공략했다. 이어 2009년 선전에 중국 마케팅센터를 설립했다. 중국내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고 기술도 뛰어나지만 지역별로 서로 다른 정수 솔루션을 제공해 소비자에게 최적의 정화수를 공급한 것이 주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스티브는 2010년부터 중국 정수기시장을 주도하며 2011~2013년 3년 연속 중국 고급 정수기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해 가장 실력 있는 정수기 생산업체로 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수기 시장은 철저한 내수시장이다. 한마디로 서비스업이란 얘기다. 그러므로 한국 업체들의 경우 뛰어난 정수 기술과 함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 기술자들을 적극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베이징, 상하이 지역 이외의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은 정수기 보급률이 제로에 가깝다. 특히 농촌 지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값이 싸면서도 조작이 간단한 정수기일 것이다. 따라서 기술자와 판매사원 모두 현지인을 적극 채용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 특성에 맞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유통망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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