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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동산 리스크는 과장, 현재는 조정기”

인터뷰 /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토대사업단 이기영 박사

2014.04.21(Mon) 08:35:16

   
▲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토대사업단 이기영 박사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현재 상승기 이후의 조정기로 봐야 합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중국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고 봐야 해요. 부동산 시장에 무분별하게 난입한 회사들을 정리하려는 겁니다. 지금의 하락기를 통해 정리할 회사는 정리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의도입니다. 몇몇 지역의 부동산 리스크가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중국 경제에 위기를 일으킬 것이라는 최근 보고서와 신문 기사의 견해에 동의 할수 없습니다"

4월 초,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다시 이슈가 됐다. '징진지 도시화(京津冀=베이징(北京), 텐진(天津), 허베이(河北)의 약칭)' 계획으로 주택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바오딩(保定)시와 텅 빈 도시가 돼 버린 어얼둬쓰(鄂爾多斯)를 비교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이 걷잡을 수 없는 양상이라고 보도한 기사도 있었다.

지난 4월16일 오후 한국외국어대 본관에서 이기영(42) 중국연구소 토대(土臺)사업단 전임연구원(경제학 박사)을 만났다. 이 박사는 한 지역의 현상을 갖고 중국 경제 전체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바오딩 주택가격 폭등, 지역개발 호재가 원인

이 박사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허베이성 바오딩시의 주택가격 폭등은 지리적 위치 자체가 징진지 개발의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 행정도시 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책적 호재가 반영됐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베이성은 베이징(北京)시와 비교해 투자성 주택 구매에 대한 제약이 약한 편이다. 따라서 베이징 주변의 투자자가 몰리는 현상은 예전부터 있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새로또 "어얼둬쓰 같은 지역에서 유령도시가 나타난 것은 인구유입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이 과거 석탄자원을 통해 부를 축적하면서 돈이 많아져 현지 부동산 투자수요가 많아 주택이 다량으로 건설됐다. 그러나 지금은 이 지역으로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택재고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이를 두고 건설사의 줄도산으로 인해 은행의 부실 대출이 증가해 금융 리스크를 불러 올 것이란 예측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2008년 이후 적극적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폈다. 2008년도 금융위기 영향 때문이다. 이에 투자 수요와 투기 수요가 동시에 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면서 "그로인해 급증한 투자·투기 수요를 줄이기 위해 2010년 이후 '주택구매제한' 정책을 실시한다. 베이징을 예로 들면 베이징 호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두 채까지 실거주로 인정하고 세 채부터는 구매를 막는다. 외지 호적을 가진 사람의 경우
   
▲ 중국 부동산 시장 발전 추세


이어 "지금은 실거주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돼 베이징 등 대도시의 가격 둔화세는 당연한 것이다. 만약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중국 경제가 상당한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아마 중국 정부는 투자 수요를 풀 것이다. 중국엔 주식시장 외엔 투자할 만한 곳이 없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회피) 수단도 부동산이란 인식이 강하다. 파생금융상품도 없다. 그래서 중국 정부가 주택구매제한정책을 풀어주중국 주택 시장, 공급 비해 수요 많아

이 박사는 잠재된 실수요자도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8년도에 중국 주택시장이 개방됐다. 그 전엔 계획경제 시대로 주택이 분배됐다. 따라서 개발업체 입장에선 좋은 주택을 공급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거다. 따라서 주택을 새로 사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을 '강성(剛性)수요자'라고 부른다"고 설명성공하기 어려운 중국 부동산 시장

한편 이 박사는 중국 부동산개발 사업에 뛰어들려는 한국기업들에게 "한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중국 부동산에 투자해서 성공한다는 건 아주 힘들다"고 조언했다.

"우선 지역마다 사업 여건이 천차만별이다. 또 기업 간 카르텔과 같은 텃세가 심하다. 시장개방의 정도 역시 약하다. 현재 건국대학교 부동산 대학원에 강의를 나가고 있는데 지난 6년 간 그곳의 중국부동산연구회에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연구를 했지만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 왜냐하면 토지 획득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자격 있는 현지 기업에게 싼 가격에 토지를 주면서 정지(整地)작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이 때 주는 건 사용권(중국의 모든 토지 소유권은 중국 정부에 있음)이 아니다. 뭐라고 정해진 용어는 없다. 사용권 이전의 단계로서 정비되지 않은 땅을 정리해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드는 권리를 주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다만 정지작업을 하는 업체에게 사용권 등에 있어서 우선권을 주는 식의 혜택을 준다"면서 "이 과정에서 정부와 업체 간 내부 거래가 있다고 봐야 한다. 현재 공개입찰제도·공시제도 등을 도입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결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런 내부거래에 외부 기업이 참여한다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게다가 토지를 획득했다 하더라도 정지작업을 시행한 업체가 정보를 알려 주지 않아 정지 작업을 다시 시행해야 하는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 쪽과 좋은 관계를 맺는 한편 정지작업을 한 업체와도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 힘들다"고 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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