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
"중국을 이해하려면 중국적 특색을 감안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정치적 요소를 감안해야지 경제적 측면만으로 중국 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어 중국 공산당은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사회주의를 위협한다는 판단이 들면 최선책이 있어도 차선을 택하거나 차악을 택하기도 합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달한 서방 선진국의 잣대로 중국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거죠. 확실한 것은 중국에 세최근 그림자 금융, 부동산 리스크, 지방정부 부채,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등 중국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들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중국경제는 과연 순항하고 있는 것일까. <비즈한국>은 중국전문가인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국학과)를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지난 16일 오전 외대 일반대학원에서 만난 강 교수는 편안한 차림에 밝은 표정이었다. 그는 먼저 중국의 국가 목표가 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실물경제 탄탄해
강준영 교수는 "중국의 국가 목표는 사회주의를 통한 현대화된 강력한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처럼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방은 지금까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체제는 실패할 것이란 분석을 끊임없이 내놓았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에 큰 소요가 발생할 것이다. 등소평 사후 중국은 분열할 것이다. 북경 올림픽 이후 민주화 바람이 불 것이다' 등등 떠들어댔지만 하나도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도 중국 경제는 건재했다. 실물경제가 튼튼히 받쳐줬기 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의 G2국가로서의 위상이 확고해졌다. 다시 말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국가가 된 것이다. 중국은 지금의 노선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날의 검' 가진 사회주의 시장경제
또한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시장에 맡겨 놓은 상태다. 하지만 공산당에게 중요한 것은 시장이란 메커니즘 자체가 고장 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메커니즘이 사회주의를 위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주의가 없으면 공산당이 존재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더라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 그래서아울러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시장'과 '사회주의'란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나는 이를 '칼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즉 '시장'이란 하나의 칼로 통제가 안 될 경우 '사회주의'란 칼을 쓸 수 있다는 것. 다르게 표현하면 중국 정부는 경제 리스크를 관리 할 수 있는 두 가지 칼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15억이란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는 중국이다. 또 통제할 수 있는 가용자원도 서구 선진국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위기관리에 있어서 중국 정부는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망 확보에 주력해야
강 교수는 "중국의 경제 발전 전략은 지속된다. 우리기업이 해야 할 일은 경쟁력 확보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내수시장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유통망 확보에도 진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유통망 확보가 문제다. 중국인들은 외지인을 믿지 않는다. 외국 기업이 내륙 깊숙한 곳까지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따라서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믿을 수 있는 현지인을 구하는 게 정말 어렵다"며 "결국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중국언론인 초청 한-중 교류증진 간담회에서 강준영(맨 왼쪽)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아울러 "한국적인 것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전통 문화를 보여줘 봤자 중국인들에겐 별로 매력이 없다"면서 "그들에게 없는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한다. 한류가 왜 생겼나. 중국인들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멋있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좋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멋진'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브랜드 충성도가 아주 높다. '멋진' 브랜드와 상품을 만들어 중국 고객을 확보하는 게 대(對)중국 사업에서 성공하는 열쇠"라고 분석했다.
'당당한' 양다리 외교 필요
한편 강 교수는 양다리 외교를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우리 교역량의 26%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쇠퇴해 가는 기미가 보인다. 때문에 한국 정부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입장을 확실히 밝히란 압박을 대내외적으로 받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양다리 외교를 '당당히'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총량 경제로 봤을 때 중국이 세계 2위권의 경제 대국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양국에 우리의 입장을 다양한 채널로 확실하게 밝히면서 우리의 몸값을 올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립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어려운 길을 우리는 가야만 한다"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하니 중국이 한-중FTA를 하자고 나선 것을 기억하자. 한-일관계가 나빠지자 중국이 '안중근 기념관'을 지으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방문에 이어 방한할 계획을 세웠다. 이유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서 한-미-일 동맹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상황을 기회로 인식하고 우리의 가치를 양국에 주지시켜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미 동맹은 우리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란 점을 미·중 양국에 확실히 알리는 동시에 한-미동맹만은 반드시 지켜 내리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chosim34@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