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소의 인상폭을 회원사에 권고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전날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포럼 강연에서 미국과 일본을 사례로 들며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임금인상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현 정부 들어서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7%대로 올렸다"며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이 경기 침체를 해소하고 저소득층 서민들의 생활 안정을 돕고자 최저임금 인상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여야 모두 큰 폭의 인상에 내심 공감하는 분위기여서 오는 6월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역대 최대의 인상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전통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소극적 태도를 고수해온 새누리당 변화가 주목된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경환 경제 부총리가 전날 강연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점을 언급, "최저임금 인상이란 정책 방향의 전환이 디플레이션 대응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어 환영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당정은 물론이고 여야 간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당은 당론으로 인상 폭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문재인 대표가 이미 국회에 제출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른 최대 40% 안팎의 단계적 인상을 사실상 당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정안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물가 상승률을 추가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최소한 전체노동자 평균 급여의 50% 이상이 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는 현재 시급 5580원 수준인 최저임금을 단계적으로 7000~8000 원까지 올리자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총은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할 것을 5일 회원사에 권고했다.
앞서 한국노총은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을 7.8%(24만5870원)로 결정했다.
경총은 올해 임금을 국민경제생산성을 고려해 1.6% 안의 범위에서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1.6%에는 통상임금 확대·60세 정년의무화 등 노동시장 제도변화로 인한 임금상승분이 포함되므로, 최종 임금조정률은 이를 고려해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경총은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 2.9%에서 정기승급분 1.3%를 제하는 산식으로 1.6%를 내놓았다.
경총은 "제도변화에 따른 임금인상분이 1.6%를 초과하는 기업은 임금을 동결할 것을 권고한다"며 "과도한 임금 상승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할 뿐만 아니라 일자리 축소로 이어져 근로자 삶의 질을 저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기업·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은 물론 성과가 좋은 기업도 임금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는 동시에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 달라고 회원사들에 요청했다.
또 "최근 14년간 연평균 8%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중소기업이 경영난을 겪고,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의 정책적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고 판단된다"며 최저임금제도의 선 기능 회복을 위한 최저임금 안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핫클릭]
·
최경환 '임금 인상'요구에, 재계 '우려' 표명
·
근로자 11.4% 최저임금도 못 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