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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년 앞둔 정년 60세 의무화법, ‘양날의 칼’

기업 73% “인건비 부담완화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

2014.04.17(Thu) 13:18:48

2016년 정년 60세 의무화법 시행을 앞두고 상당수 기업들이 이로 인한 인건비 증가를 우려하며, 인건비 부담완화를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기업도 고민이고, 근로자들도 고민인 정년 60세 의무화법의 해법은 무엇일까?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전체 16.3%에 그쳐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최근 3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기업애로 및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10곳 중 7곳이 ‘정년 60세 의무화로 인한 인건비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피크제가 도입돼야 한다’(72.6%)고 답했다고 밝혔다.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없다’ 27.4%>

또한 ‘현행 임금체계를 조정하지 않고,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면 향후 인건비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67.3%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지 않을 것’ 32.7%>

대한상의는 “국내기업 상당수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증가하는 연 공급적 임금체계인 상황에서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정년 60세 의무화 이전에 현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종업원 100인 이상 기업의 71.9%가 대표적 연공급인 호봉급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은 2012년 기준 100인 이상 기업의 16.3%에 그치고 있다.

상의는 “연공급 체제에서는 일반적으로 50대 이상이 되면 생산성이 임금을 밑돈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명예퇴직을 권고 받는 등 중장년의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직무급 등 임금과 생산성을 일치시키는 임금체계 도입이 가장 바람직하나 우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체계 개편 반대 부담… ‘동의’ 대신 ‘성실 협의’로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정년 60세 의무화법은 오는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이듬해인 2017년 1월 1일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등의 임금체계 개편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제한을 두어 임금피크제 도입 시 근로자 과반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다 상당수 기업들은 동의를 받기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임금피크제 도입 시 노조나 근로자의 반응에 대해 절반에 가까운 기업이 ‘반대할 것’(43.2%)이라고 답해 향후 임금체계 개편시 상당수 사업장에서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조사됐다. <‘수용할 것’ 56.8%>대한상의는 “현재 노조나 근로자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 변경요건을 ‘성실한 협의’로 완화해 임금체계 개편에 따른 갈등의 불씨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조정 않으면 정년 60세 의무화로 신규채용 감소 불가피

임금조정 없는 정년 60세 의무화는 청년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년 60세 의무화가 신입직원 채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56.5%의 기업이 ‘신규채용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해, 임금체계 개편 등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과 중장년들의 일자리 경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감소하지 않을 것’ 43.5%>

청년과 중장년층 일자리의 조화를 위해 기업들은 ‘고령근로자 적합직무 개발’(28.4%), ‘직무급 또는 성과급으로 임금체계 변경’(25.7%), ‘고령근로자의 생산성 및 직무능력 향상’(25.4%), ‘임금피크제 도입’(20.5%)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당수의 기업들은 정년 60세 의무화 이전에 미리 정년을 연장하거나, 2016년 전 퇴직해 정년연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낀 세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년 60세 연장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이라는 기업의 36.0%였고, ‘정년 60세 의무화법 통과 이후 새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했다는 기업이 4.0%, ‘법 시행전 60세 이상으로 늘릴 것’이란 기업이 11.2%로 절반 이상의 기업이 의무화법 시행전에 정년 60세 이상 규정을 도입했거나 도입할 것으로 집계됐다. <‘정년 60세 의무화에 맞춰 도입’ 48.8%> 또한 정년 60세 미만 기업 10곳 중 3곳은 ‘낀 세대를 계기업들은 정년 60세가 의무화될 경우 비교적 잘 준수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년 60세 의무화가 실질적으로 지켜질 것으로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미 정년 60세 이상이고 잘 지켜진다’(35.0%), ‘정년 60세 의무화되면 잘 지켜질 것’(32.0%), ‘임금체계 조정 수반되면 잘 지켜질 것’(25.4%) 등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미 정년 60세 이상이지만 정년퇴직이 많지 않다’(1.0%), ‘정년 60세 의무화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정년 연장은 필요한 면이 있지만 지난해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면서 임금체계 개편을 연계하지 않아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게 됐다”며 “정년 60세가 실질적으로 지켜지고 중장년의 고용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사가 지금부터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 60세 연장법안 시행은 향후 산업시장에서 양날의 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존 직원들의 정년을 연장하면 신규고용이 줄어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또 기존 직원들을 퇴직시키려면 반발이 거세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이제 정부가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나서 기업 부담을 줄이고, 신규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토끼를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해 졌다”며, 박근혜 정부의 해결 방안에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손정우 기자

jws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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