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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시행 500일, 어디까지 왔나

전국적으로 4000여개, 선진국에 비하면 ‘초보 단계’

2014.04.15(Tue) 14:47:22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도입되고 1년 5개월째를 맞았다. 그동안 국내 협동조합의 규모와 종류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수적인 면에서 보면 2014년 4월 10일 현재 국내 협동조합 수는 4000개를 상회한다. 법 시행 후 매달 200개씩 협동조합이 생겨난 셈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소비자협동조합, 의료협동조합, Happy Bus 협동조합, 퇴직공무원협동조합, 동네빵집협동조합 등등 수도권은 물론 풀뿌리 지자체에까지 협동조합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이 한계 상황에 직면한 상황에서 협동조합이 부여하는 의미는 크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은 사회적 양극화, 지역간 불균형, 청년 및 노년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유용한 정책이며 향후 한국 경제발전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또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잘 내리기 위해선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선진국 협동조합 역사를 살펴보자.영국의 경우, 19세기 초 1세대 협동조합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오웬이 설립한 조합의 기세가 들불처럼 번졌으나 실패로 끝났다. 제2세대 협동조합은 1844년 10월, 영국 랭커셔주의 소도시 로치데일에서 동맹파업에 실패한 28명의 방직공장 직공들이 세운 ‘공정개척자조합’이다. 이 조합은 회원 1계좌당 1파운드씩 출자해 총 28파운드의 자본금을 조성한 뒤 생활용품 등을 도매가로 구입, 조합원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했다.

로치데일은 3가지 원칙을 엄격하게 실천했는데 ▲이용액 배당의 원칙 ▲자본이자 제한의 원칙 ▲현금거래의 원칙이었다. 로치데일조합의 성공 이후 노동자 가정 중심의 협동조합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후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날의 제3세대협동조합으로 발전한다. 3세대 협동조합은 기존의 협동조합이 일반 회사와 차이가 없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협동조합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런 고민 끝에 마침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 탄생하게 된다. 이탈리아는 1991년, 프랑스는 2001년 관련 법률을 제정해 조합의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협동조합의 천국 이탈리아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의 CGM(사회적 협동조합 전국연합)이다. CGM의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 ▲취약계층 및 장기실업자의 고용정보 제공 ▲자활기업에 대한 원조 및 상담 ▲협동조합사업 관련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이탈리아는 협동조합의 천국이다. 대표적인 곳이 협동조합의 도시로 불리는 볼로냐다. 이곳 주민들은 육아에서부터 매끼 식사에 이르기까지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한다. 엄마들은 협동조합 ‘라치코냐’에 아이를 안심하고 맡긴다.내집 마련도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하고 칫솔, 치약, 샴푸 등 생활품도 ‘코프아드리아티카’로 볼리는 소비자협동조합을 통해 저렴하게 구입한다. 이쯤 되면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말이 조합이지 ‘경제주체’로 봐야 한다.

영국의 경우, 지역협동조합 개발기구(CDAS)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전국 단위의 생산협동조합을 지원하는 한편, 실직자 직업 훈련, 사회적 기업 설립 촉진, 공동체 창업 프로그램 개발 등 주로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2009년 내한한 바 있는 찰리 커텔 ICOF(산업자금공동모금회)회장은 영국 협동조합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협동조합의 특징은 조합의 사업 목표를 사회적인 목표와 연계하는 것이다. 그 조합이 얼마나 큰가. 또는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가 아니라 공정사회에 얼마나 기여했는가가 중요하다”

협동조합의 대명사 몬드라곤

스웨덴을 대표하는 협동조합기구는 JKV(잼트랜드협동조합)이다. 이 단체는 지방자치단체, 시의회, 그리고 지역 협동조합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합체로, 신규 조합 설립 지원 및 상담 활동에 적극적이다.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JKV는 노인 아동 보호, 농어촌 재개발사업에도 관여하며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사회적 기업 창출에 앞장서 왔다. 이 단체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인력센터를 두고, 여성들에 의한 협동조합스페인의 몬드라곤은 협동조합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1950년대 중반만 해도 몬드라곤은 내전이 쓸고 지나간 버려진 마을이었다. 이곳에서 호세 마리아 신부는 5명의 노동자를 데리고 협동조합을 세웠다. 이들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나중은 창대했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몬드라곤은 거대한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기업이지만 총수는 없다. 35000명 노동자가 주인이다. 몬드라곤은 협동조합 승리의 역사다.동네수퍼와 동네빵집이 몰락하는 한국의 현실에 비춰 몬드라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정부, 간접지원에 머물러야

서구의 협동조합과 달리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역사는 짧다. 서구사례를 살펴보면 협동조합은 일반 대중, 서민에게 사랑받을 때 비로소 성공했다. 우리 협동조합도 이를 새길 필요가 있다. 이금자 두레생협연합회 회장은 “경쟁에 익숙한 한국사회에서 협동조합이 발전하려면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협동조합에 맞는 인재 육성은 조합원 교육, 초중등 학교교육, 평생교육, 기업교육 등이 서로 어우러질 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직접 지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2014년 협동조합 모델 발굴 및 성장지원 사업”을 위한 공모전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도는 좋지만 전시행정이 되어서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기태 협동조합연구소장은 “정부의 직접 지원이 커질수록 조합의 자립 기반은 약화되고 망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협동조합 생태계가 건강하게 뿌리

문홍식 기자

moonhs09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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