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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발상, 틈새 개척하는 협동조합

법 시행 1년, 걸음마 넘어 질적 성장 중요

2014.04.15(Tue) 14:39:08

   


일자리 감소와 사회 양극화로 몸살을 앓는 우리 사회에 협동조합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5명 이상이 뭉치면 협동조합 법인으로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법 시행 1년이 조금 지난 이달 현재 서울에만 10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비즈한국>은 이색적인 발상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우수 협동조합 사례를 소개한다.

시대의 흐름 꿰뚫는 사례들

협동조합이 조합원과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안팎의 환경이 잘 갖추어져야만 한다. 아직 우리 사회는 초기 단계인 만큼 유럽 등과 같은 공룡 협동조합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틈새를 노리는 협동조합들도 적지 않았다.

우선 해고 노동자나 은퇴자들의 니즈를 살핀 협동조합들이 있다.서울 소재 ‘한국유지보수 협동조합’은 해고 노동자들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활용해 창업한 케이스다.큰 공장과 건물들의 냉각탑 및 기타 시설 등을 유지보수하는 회사에 근무하던 40대 이상의 고액 연봉자들이 신규 직원으로 교체되면서, 이들 해고 노동자들에게 직장을 구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이 협동조합의 목적이다.

스마트평생교육 협동조합은 시니어들이 퇴직 후 각 분야에서 쌓은 지식을 교육 콘텐츠로 가공,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대기업 은퇴교육 프로그램이 중소기업엔 아직 생소한 만큼,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맞는 은퇴 후 삶 설계에 관한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대형 유통 자본에 맞서 협동조합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서울 소재 ‘와플대학 협동조합’은 난립하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대안으로 떠 오른 사례다. 사업에 실패한 후 와플노점을 하는 과정에서 12가지 소스를 개발, 사업적으로 성공한 대표자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개발한 소스를 전수하며 삶을 재기하게 도와주면서 협동조합으로 발전했다. 이렇게 도움을 받아 재기한 사람들이 20여명을 넘는다.와플대학이 유명해지자 프랜차이즈 제안도 많이 들어왔지만, 이러한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고민하던 중 협동조합을 알게 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서울소재 ‘웰빙수라간 협동조합’은 지난해 성북구 주민 5명이 반찬가게와 도시락 사업을 구상하던 중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웰빙수라간은 건강한 먹거리 문화 확산과 일자리를 창출, 취약계층에 반찬나눔을 목적으로 한다.부산에선 인터넷서점에 밀려 고사 직전이던 동네서점들이 모인 ‘부산서점협동조합’, 동네슈퍼들이 모인 ‘부산골목가게협동조합’이 결성됐다. 전북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하고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된 민간연구원도 있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는 지난 6월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고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정책 연구기관을 표방하고 있다. 경제, 과학기술, 교육, 국토환경, 정치행정, 외교통일 등 총 14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각계 전문가 100여명이 조합원으로 참여한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초대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색 있는 협동조합도 눈에 띈다. 60여명의 번역사로 구성된 번역협동조합은 번역사들이 에이전시를 통해 일감을 받고 상당한 비율의 수수료를 내던 관행을 없애기 위해 설립됐다. 이 조합은 현재 번역 직거래를 통해 번역사들의 처우는 개선하고 동시에 이용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엑투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를 협동조합으로 바꾼 사례다. 이 곳은 소프트웨어 품질관리 및 컨설팅 등 사업을 통해 약 8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벤처회사에서 지난해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앞으로는 협동조합보드게임 개발 등 사업모델을 다양화한다는 구상이다.보육 분야도 주목할 만하다. 아이사랑생명학교 협동조합은 2세부터 초등학생까지 아이들에게 생명교육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놀이 교육부터 방과 후 학습까지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을 필요한 시간에 자유롭게 맡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 조합원만 10억 명

우리보다 앞서 협동조합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등에서는 조합원이 10억 명, 협동조합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해도 1억 명으로 추산된다. 유럽의 협동조합들은 대기업과 규모의 경쟁을 벌일 만큼 성장했다. 소매, 농업 등에서는 이미 일반 기업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협동조합 열풍의 배경에는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과 운영방식이 기존의 영리조직과 다르다는 점이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조합원의 실익 증진에 있기 때문이다.이탈리아 동북부의 대표적인 소비자협동조합인 ‘콥이탈리아’는 지난해 기준 매장 수만 150개, 연매출은 20억 유로(약 2조800억 원)에 달한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도 협동조합이다. FC바르셀로나는 구단 주인은 17만 명의 시민조합원으로 4년마다 직접 단장을 선출한다.AP통신, 오렌지 브랜드의 대명사 미국 선키스트, 키위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 제스프리 등도 모두 협동조합이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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