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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핵심은 ‘가격과 가치의 괴리’

[인터뷰] 이안나 펀드 매니저

2014.04.11(Fri) 17:48:07

   


“투자의 핵심은 ‘가격과 가치의 괴리’입니다. 빛나지 않는다고 해서 금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어요. 펀드 매니저의 일은 빛나지 않고 있는 금을 찾아내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저평가된 기업을 찾는 것이죠. 당연한 말이지만 대형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 구조에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젠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했다간 망하기 십상이지난 7일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국내 모 투자자문회사 펀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안나(30)씨를 만났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해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그는 작은 체구였지만 인터뷰 내내 당당한 목소리로 소신을 밝혔다. 또 나이에 비해 깊은 식견을 드러냈다.

고등학교 때 실전 투자 시작

“2000년 고등학교 때 주식을 시작했다. 당시 20만원으로 시작했던 것이 400만원이 되더니 2008년엔 2400만원이 됐다. 주식으로 얼마나 벌었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당시 추가 매수나 매도도 많이 했었고, 파생상품에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주가지수옵션에 투자해 많은 수익을 봤다”면서 “그러다 같은 해 유럽금융위기로 하룻밤사이에 80원으로 떨어졌다”며 웃었다.

그는 2400만원이 80원이 됐지만 그 80원을 단타 매매를 통해 80만원으로 만든 후 손을 털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주식을 시작했던 이유에 대해 “중학교 때부터 음악에 뜻을 뒀다. 하지만 집이 넉넉하진 않았다. 가능하면 집에 부담을 주지 않고 원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계속 아르바이트와 학업, 그리고 음악을 병행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돈을 좀 더 효율적으로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서울대 음대 작곡과에 들어갔던 것도 아버지가 음대 보낼 돈이 없다음악가에서 투자 전문가로

그가 음대 진학 후 맨 처음 한 일이 ‘하이파이브’란 가치 투자 동아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곳에서 현직 애널리스트들과 펀드 매니저들을 만났다. 회계도 배우고 기업 분석도 배웠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음악에 대한 열정이 투자에 대한 열정으로 조금씩 바뀌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음악에 대한 재능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면서 “전국 대회였던 청소년 음악제에 나가 바이올린 연주로 은상을 받기도 했고, 지금도 직장인 밴드에서 키보드나 바이올린 연주, 그리고 작곡활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직접 투자해서 돈을 벌기도 하고 잃기도 하면서 투자와 투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2400만원이 하루아침에 80원으로 떨어지는 일을 겪어 보니 가슴을 치는 뭔가를 느끼게 됐다”면서 “돈을 추구하면 투기다. 그러나 가치를 추구한다면 투자다. 이런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면서 경영학과로 진학하겠다고 마음먹었다. 6개월 동안 하루 1시간 씩 자면서 전과저평가된 중소기업 발굴해야

그는 투자수익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가치 투자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추구하는 가치 투자란 대기업 중심의 투자가 아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 경제는 성장할 여지가 많았다. 그리고 시장 예측도 어느 정도 가능했다. 따라서 경기를 전망해 대기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젠 시장 예측이 힘들고 경제가 저성장 구조이기 때문에 대기업보단 저평가
   
그는 “재학 중 증권사 RA(Research Assistant)로 입사해 일하면서 애널리스트들의 말을 믿어선 안 된다는 걸 느꼈다. 개인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을 믿고 투자한다. 하지만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자신이 맡은 종목을 홍보하는 데에 집중한다. 사람들이 투자를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같이 일하며 알게 된 거다. 그러면서 RA나 애널리스트로 일해선 내가 원하는 가치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이어 그는 금융 시장의 구조가 문제라며 “애널리스트들이 종목을 추천하면 투자자들이 펀드 매니저들로부터 그 종목을 산다. 그러면 증권사는 판매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그래서 펀드 매니저들이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도 돈을 많이 받게 돼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투자자들의 이익보다 종목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런 이유다”고 지적했다.

현명한 투자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어

이어 “이렇게 되면 애널리스트와 펀드 매니저들은 돈을 벌지 몰라도 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 자본주의는 건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기본인데, 이런 구조 하에서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투자사들이 자본주의 생태계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자산 운용사를 분석해 펀드 매니저들이 어떤 성향의 집단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분산투자를 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므로 펀드 매니저나 애널리스트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제대로 된 정보를 투자자에게 알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기업 분석은 현장 조사가 기본이다. 어떻게든 수소문해서 담당자를 만나아울러 그는 “펀드 매니저로서 최종 목표는 ‘현명한 투자자’가 되는 거다. 내 고객들도 그런 투자자가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이 먼저 현명한 투자자가 돼야 한다”면서 “투자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투자는 가치 있는 회사를 발굴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그래야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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