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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따지는 금융권, “불황 해결책은 역시 감원이 최고?”

은행·증권·보험·카드업계에 ‘구조조정’ 한파

2014.04.11(Fri) 16:03:36

   


“봄이 오다 말고 다시 겨울로 돌아가는 것 같다.”은행·증권·보험·카드 등 금융권에 매서운 칼바람이 불고 있다. 대규모 감원과 영업점 축소를 비롯한 구조 조정이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주가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영업 환경은 오히려 나빠져 “빛 좋은 개살구” 격이라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푸념이다.

한 금융관계자는 “금융업계의 수익성이 날로 악화됨에 따라 금융권 회사들이 점포·기구 축소, 감원 등으로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의 구조 조정은 조직축소, 희망퇴직, 전직(轉職)지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은행=외국계 은행들이 심각하다.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7월까지 전체 지점 190개의 30%에 해당하는 56개 지점을 폐쇄하고 600명 안팎의 인력을 감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이다. 씨티은행은 지난 2012년에도 199명을 명예퇴직시켰고, 지난해에는 지점 28개를 폐쇄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역시 구조 조정을 진행 중이다. 2010년 407개이던 점포수를 2013년 341개로 줄인데 이어 올 들어 90개를 추가 폐쇄할 방침을 밝혔다.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외국계 은행들이 이처럼 강도 높은 슬림화에 나선 것은 나빠지고 있는 영업 실적을 개선하고 수익성 높은 대도시와 부유층 고객 대상 영업에 치중해 수익성을 높여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신한·외환·우리·하나 등 5개 시중은행들도 지난해 소폭의 감원을 실시한데 이어 올해에는 경력단절여성 채용을 늘리는 대신 고졸 채용을 줄이고 있어 실질적인 구조 조정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증권=주식시장이 KOSPI(종합주가지수) 2000선을 회복한 것과 달리 증권업계에서는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의 적자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기준 상위 20개 증권사의 2013회계연도 9개월분(2013년4월~12월) 실적은 적자로 직원 1인당 421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거나 매물로 나와 있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구조 조정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 4월8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우리투자증권 지부는 서울 농협금융지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협금융지주는 살인적인 구조조정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고용안정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앞두고 1000여명 감원설이 나돌고 있는 데 반발한 것이다.

업계에 매물로 나와 있는 현대증권은 경영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구조 조정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임금을 동결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과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성과급 차등제를 실시하고, 오는 2016년부터는 정년을 현재의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상하 10% 수준인 연봉 증감폭은 앞으로 30% 수준까지 확대된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00여명의 직원을 그룹 계열사로 전환 배치했으며 올 들어 다시 감원설이 나돌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기존 19개 지점을 5개의 초대형 점포로 개편하기로 했는데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구조 조정이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지켜보고 있다.

   
◇보험=생명보험업계 2위 업체인 한화생명이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오는 16일까지 20년 이상 근무한 임직원과 육아·건강 등의 사유로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퇴직금 외에 평균임금 30개월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퇴직 후 일정기간 건강검진·경조금·학자금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생명의 인원 감축은 2009년 이후 5년만이다. 이에 앞서 한화손해보험에서는 10년 이상 근무한 임직보험업계 1위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해 11월 전직지원제도를 시행했으며 삼성생명은 이달 중 조직 개편을 시행할 예정이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전체 임직원의 4분의1인 51명을 내보냈다. 알리안츠 생명은 10년만에 임직원 희망퇴직을 받았다.

◇카드=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90명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정규직이 2800여명인데, 부장급이 90여명, 부부장이 300여명에 달해 인사 적체가 심각하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8년에도 약 500명, 2010년엔 12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었다.

삼성카드의 경우 올해 1월 콜센터를 분사했다. 삼성카드는 콜센터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비정규직 상담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삼성카드 직원으로 하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분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카드는 작년 상반기 순이익이 78.3%나 줄면서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삼성카드는 2012년에도 희망퇴직을 실시, 100명가량을 감축했었다.

이유민 기자

2umi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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