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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딜러제 도입하고 규제 풀어야 금시장 성공”

인터뷰/유동수 한국귀금속유통협회장

2014.04.11(Fri) 08:57:48

   
▲ 유동수 한국귀금속유통협회협회장


“한국에서 금시장이 발전하려면 국가 주도로 가야합니다. 왜냐하면 한국 금융업은 국제시장에서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하나가 국내 은행 전체를 합친 것보다 신용도가 더 높습니다. 그러므로 우린 국가 신용도를 이용해 국가 주도의 금융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또 우린 IT강국입니다. 금도 모바일을 통해 거래가 가능해요. 그래서 제대로 된 시장만 형성된다면 중국 등 인한국거래소(KRX) 자문위원으로 ‘KRX금시장’의 기본 골격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던 유동수(47) 사단법인 한국귀금속유통협회협회장은 지금의 금시장은 잘못됐다고 단언했다.

금시장이 개장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러나 일일 거래량은 3.8kg정도에 불과해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하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초창기에 불과하며 유관 기관과 수많은 협의 끝에 개장된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안착될 것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선물 파생상품 트레이더, LG선물 IT팀장·금융공학팀장을 거쳐 금유통업에서 12년 이상 일한 유 회장의 말은 달랐다.

협의 없이 8개월 만에 만든 금시장

지난 8일 오전 종로구 봉익동 하나빌딩에서 만난 유 회장은 작심한 듯 금시장 개설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금시장이 수많은 협의 끝에 나왔다는 정부의 말은 거짓이라며 공청회 등은 사실상 쇼에 불과 했다고 말했다. 또 협의도 별로 없었을 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문제점에 대한 검증과정을 거쳐야 하는 데 그런 것도 없이 급조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대통령의 지시상황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었다. 이어 그는 금시장의 형성과정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2008년도에 부가가치세를 탈루하는 사건들이 많았다. 이에 지식경제부에서 금시장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민관 업무 협조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지식경제부가 산업통상자원부로 바뀌면서 업무 노하우를 가진 공무원들도 없었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이 급물살을 탄 것은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작년 8월 금융위원회가 업무를 주관하게 되면서 자본시장통합법이
   


현물인 금을 주식처럼 취급

이어 그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감이 있다. 금은 현물이다. 따라서 일반상품거래법에 따라 금이란 상품의 특성에 맞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금유통업계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자본시장통합법에 근거해 증권사가 금을 거래하도록 했다. 현물인 금을 주식처럼 다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물시장의 경우 상품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예를 들어 고객이 서울에 있다고 가정하자. 서울에 있는 금 1kg과 부산에 있는 금 1kg의 가격은 다르다. 운송비와 고객 편의성 등이 가격에 반영돼 부산의 금이 더 비싸다. 이를 Warrant Swap(창고증권 교환)이라한다. 현물시장의 경우 Warrant Swap시장이 따로 형성돼 있다. 창고 증서를 교환하는 형태다. 다시 말해 ‘부산 창고의 금을 너에게 줄 테니. 서울 창고의 금을 나에게 줘’라유 회장은 이런 거래 관행들은 금이란 현물시장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일종의 법칙들인데, 정부가 이런 법칙들에 대한 검토 없이 주식시장처럼 금시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 유통망 적극 활용해야”

“금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실물유통업자들이 구축해 놓은 유통망과 거래선을 이용하면 되는 일”이라며 “금시계나 옛날반지, 구리 제조과정에서 나온 금 등 여러 잡동사니에서 나온 금들을 수거해 정련회사를 통해 정련을 받아 유통하는 것이 금 유통의 기본구조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에 금을 입고할 수 있는 공급자는 정련회사, 원석을 들여와 가공하는 고려아연이나 LS니꼬동과 같은 제련업체들, 수입업자들뿐이다”라며 “이들만 금을 입고할 수 있으니 다른 금유통업자들은 이들에게 금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돼 버렸다. 이렇게 되면 제련업체나 정련업체들이 거래 비용을 결정해야 된다. LS니꼬동의 경우 구리로 기능재, 전선 및 통신용 케이블,아울러 그는 인출도 문제라며 “증권회사의 경우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은행 옆에 지점을 설치하거나 아니면 지점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금시장은 이런 증권회사 지점들이 금을 인출하게 돼 있는데 증권회사입장에선 금을 인출해서 남는 수익이 없다. 오히려 업무 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따라서 증권회사의 경우 기존에 하던 것처럼 골드뱅킹(일반 시중은행에서 금(金)과 관련된 상품을 사고팔 수 있는 제도)같은 페이퍼 골드(실질적 금의 입고?인출 없이 통장에 거래 기록만 남는 것) 업무에만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40개 이상의 금유통전문업체들이 있다. 이들이 인출을 맡아 시중에 판매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쉽게 말해서 기존에 형성돼 있는 유통구조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현물시장으로서의 금의 성격을 무시하고 금융시장으로서 금시장을 만들어 놓았다. 이것은 한마디로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만든 정책이다. 우리 금유통업자들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입고·인출·유통 안 되는 금시장

“공무원들은 지금 금유통업자들을 전혀 믿지 않고 있다. 이들은 금의 입고와 인출 그리고 판매를 기존 유통구조에 맡기게 될 경우 발생할 리스크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해 보면 알겠지만 불법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0.1%밖에 안 된다. 공무원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시장 구조가 잘못 형성된 것이다. 지금의 금시장 구조로는 입고도 제대로 안 되고 인출, 유통 모두 원활하게 일어 날 수 없다”금 수입도 문제라며 “관세는 면제됐지만 농어촌특별세는 면세가 안됐다.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의 비율은 금수입업자들의 마진율을 훨씬 웃도는 비율”이라며 “이런 구조에선 해외로부터 대량으로 금을 수입해 입고할 수 있는 업자들이 나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런 식으로 입고와 출고가 잘 안되니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건 당연하지 않나”며 “지금 금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3.8Kg정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 데 단일 회사 거래량에도 미치지 못한다. 금유통회사가 수익을 내려면 하루 10kg정도 거래가 돼야 한다. 명색이 금시장이라면 최소한 단일 회사보다 수십 배 이상의 거래량이 있어야 하는 데 3,8,kg이란 거래량은 시장 형성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혼란스런 ‘지하경제 양성화’

“사실 3월 24일 금시장이 개장되는 날, 거부할까란 생각도 했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시장을 만드는 것 자체는 찬성이다. 정책 방향 자체는 맞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밝힌 금시장 개장의 목적은 지하경제 양성화다. 그러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부가 말하는 양성화의 의미가 뭔지 혼란스럽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양성화란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업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줘서 보다 투명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거다. 그런데 정부는 거래량이 늘어나는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이런 업체들은 투명하게 일을 하기 때문에 조사가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래 내역을 신고해도 세무 조사가 들어온다. 거래량이 늘었다는 게 세무조사의 이유“국세청, 금융위원회, 조폐공사 등 유관 기관이 모두 포함된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기획재정부가 금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을 세웠으면 좋겠다. 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무조사를 통해 시장에 간섭하기보다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나머진 시장 경쟁에 맡기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금융과 현물 확실히 구분해야

“시장이란 것은 유통구조에 맞춰서 형성되는 것이 이상적인데 금시장의 경우 공무원들이 관리하기 쉬운 구조로 형성됐다”고 했다.

   
“금시장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두 가지로 나눠야 한다. 페이퍼 골드 쪽은 금융회사들이 현물 쪽은 기존 유통업자들이 담당하는 게 맞다. 기존의 유통업자들이 금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나 산업체에 쉽게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고, 금융회사들은 페이퍼 골드 업무에 집중해 금의 실질적 인출을 원하지 않는 개인 투자자들이 부가세 없이 금을 매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이와 관련된 시뮬레이션 작업이 있어야 하는 데 전혀 없었다. 심지어 금시장 관련 규정을 통보 받은 것이 3월 14일이었다. 열흘 동안 무슨 검토를 하고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었겠는가.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검증과정을 거친 후 확정돼야 하는데 정부가 이런 식으로 한 것은 결국 정해진 날짜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정부, 민간업체와 협조해야”

그는 정부의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정부는 우리 같은 민간 업체들을 감시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협조자로 봐야 한다. 그러면 정부가 우려하는 관리 리스크를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시장은 아주 민감하다. 자본주의의 전제는 법치주의다. 정해진 룰에 따라 개인의 이기심을 발휘하는 것이 시장이란 얘기다. 누군가 룰을 어긴다는 것은 ‘경쟁을 통한 이익 창출’이란 생태계 질서를 교란 시키는 것이기 때이어 ‘골드딜러제’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개인들의 경우 금이 있더라도 어디서 어떻게 팔아야 할지 모른다. ‘골드딜러’들이 이런 업무를 맡으면 된다. 그래서 시장에 ‘골드딜러’제를 도입해서 개인 간 금 매매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금시장은 증권회사가 이런 업무를 맡도록 돼 있다. 이런 식으론 시장이 형성되기 힘들다”며 “골드딜러들이 개인 간 매매를 돕고 문제가 생기면유 회장은 “정부가 금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구축한다면 금시장 종사자들은 관련 사업을 시작할 것이다. 이러면 고용도 늘 뿐만 아니라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투자자자들이 원하는 건 쉽게 사고 쉽게 팔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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