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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유가하락에 중동건설 적신호, 돌파구는

[인터뷰]조성환 중동건설 전문 컨설턴트

2015.02.03(Tue) 11:35:49

   
 

중동을 비롯한 해외건설시장에 진출 중인 국내 건설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석유 수출 국가들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는데다 이미 수주한 공사마저 공기지연과 추가 원가 부담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중동국가는 한국의 건설사에 대한 M&A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보이고 있다. 유가 하락과 환율 변동으로 이제 해외 건설시장의 패러다임은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다. <비즈한국>은 최근 내한한 조성환 중동전문컨설턴트와 인터뷰를 갖고 중동건설시장의 향후 전망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Q. 최근 국내건설업계는 쌍용건설 M&A가 화제다. 쌍용건설 입찰에 두바이투자청, SM그룹, 스틸앤리소시즈 등 3곳이 참여한 끝에 두바이투자청이 본계약을 체결했다.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을 인수한 배경은 무엇인가? 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 인수시 어떤 메리트가 있다고 보는가.

A. 아부다비투자청은 중동 최대 규모 건설사인 아랍텍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는 포스코건설 지분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최근 중동 국부펀드가 건설사를 보유하는 것은 일종의 트렌드로 보인다.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수많은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바이투자청 산하에는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가 없다.

두바이투자청 입장에서 보면 모든 인력과 자재 및 장비를 아웃소싱하는 건설회사는 그것이 아랍텍이든 쌍용건설이든 아무 차이가 없다. 좋은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오너에게 이익을 주고 회사 가치를 올리면 되는 것이다. 특히 쌍용건설은 10년 전 두바이의 에미리트타워호텔과 그랜드하얏트호텔을 건설하면서 UAE에 강한 인상을 남겨준 바 있다.

두바이투자청은 자체 개발사업과 두바이 엑스포를 추진하기 위해 고급 건축 부문에서 풍부한 경험과 경쟁력을 보유한 쌍용건설이 절실하게 필요했을 것이다. 이제 쌍용건설은 한국이 아닌 아시아와 중동의 플레이어로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투자활동을 펼쳐온 두바이 투자청이 쌍용건설을 인수한 것은 투자처를 아시아로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바이 투자청은 앞서 "쌍용건설의 텃밭인 대한민국과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의 초대형 개발사업과 2020년 두바이 엑스포를 추진 중이라 해외에서도 능력을 인정받는 시공사가 필요했다는 시각도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7월25일 기업회생계획(법정관리) 인가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약 1조원의 공사를 수주하는 등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Q. GS건설의 경우, 사우디 등 2개 현장에서 공기지연으로 인한 추가 원가 부담으로 실적 전망이 어두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예방하고 타개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모든 것은 덤핑입찰, 저가수주가 원인이다. 이 경우,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돈으로 막을 수 밖에 없으며, 시간이 갈수록 적자 폭은 더욱 커진다. 이에 대한 예방책은 당연히 수익성 우선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전략을 삼고, 우리끼리의 지나친 경쟁을 자제해야 한다.

공기지연과 추가 원가 부담에는 발주처의 잘못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반적으로 국내기업들은 아람코와 같은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만한 협상력이 없었다. 이제는 아람코 프로젝트는 두 번 다시 안 하겠다는 죽기 살기 식 정신으로 클레임 전쟁에 임해야 한다.


Q. 국제 유가 하락으로 중동 건설 시장이 더 이상 매력이 없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A.중동 건설시장에 대한 매력이 없어지고 있으나,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나마 중동이 유가 하락에 대한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다. 석유 수출이 국가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이 더 위험해지고, 글로벌 석유업체 그리고 미국의 에너지 업체들은 계획했던 고정설비 투자를 취소하거나 미루게 될 것이다.


Q.  유가 하락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사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나. 아울러 국내 건설사들이 유가 하락에 어떤 대응책이 필요한가.

A.지금의 저유가 상태는 앞으로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일부 석유 전문가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중동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발주되는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취소되기 시작하였다.

이미 중동에서는 260억 불에 달하는 5개의 정유 및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다. 이어 한국업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쿠웨이트의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NRP)도 입찰금액이 발주처 예산보다 상당히 높게 나올 가능성이 보임에 따라, 향후 진행이 어려울 수도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유가가 배럴 당 100불 이상에서 투입된 자본과 설비에 대한 뒷감당이다. 발주처는 현재 시공 중인 프로젝트가 과잉투자라고 여기게 되면, 가뜩이나 손해를 보고 있는 EPC업체들을 더 압박할 수도 있다.  

이제 EPC업체들은 서로가 적이 아니라 같은 배에 탄 동료라는 인식하에 공동으로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발주처에게는 공동으로 대처해서 유가 하락에 따른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Q.중동 건설 전문 컨설턴트로 업계에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쿠웨이트를 떠난 것을 놓고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다. 쿠웨이트 생활을 완전히 접은 건가?

A.원래는 쿠웨이트 회사를 그만두면서 금년 하반기에 떠날 예정이나, 한국과 외국의 건설업체와 제작업체들이 쿠웨이트 시장에 대한 자문 요구가 많아지면서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

 

Q.새로 둥지를 튼 나라와 그곳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A.동남아시아 중 가장 안전하고 플랜트 프로젝트가 많이 발주되며 10년짜리 멀티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그러나, 당분간은 사업상 쿠웨이트에 자주 머물러야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블로그를 통해 중동 플랜트 정보를 게재하였으나, 아시아 지역에 대한 프로젝트 정보도 체계적으로 입수하여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고 여러 분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조성환 약력 소개>

중동건설 컨설턴트
쿠웨이트 SHBC그룹 사업개발 담당임원
 “조성환의 쿠웨이트 이야기” 블로거
 전 SK건설 중동 지사장

최여정 기자

justic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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