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10곳중 6곳은 최근의 국제유가 하락이 생산비용 절감, 매출증대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섬유는 긍정적 기대감이 컸지만, 조선, 건설·플랜트, 정유·유화는 피해를 예상한 기업이 많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기업 350개를 대상으로 ‘국제유가 하락 영향과 대응계획’을 조사한 결과, 유가하락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60.9%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27일 밝혔다.
유가하락이 ‘별로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응답은 32.5%였고, ‘오히려 손해’라는 답변은 6.6%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자동차’(82.9%), ‘섬유·의류’(78.4%), ‘음식료’(76.2%), ‘기계·금속’(70.0%), ‘전기·전자’ (61.9%) 순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원유 시추용 해양플랜트선 수주감소, 에너지수송선 수요 둔화 등이 우려되는 조선은 ‘오히려 손해’(27.0%)라거나 ‘별로 도움 안될 것’ (35.1%)이라는 부정적 응답이 다소 많았다. 저유가로 수입이 줄어든 산유국의 공사발주 취소나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설·플랜트도 긍정적 답변(38.0%)보다 부정적 답변(62.0%)이 더 많았다. 정유·유화 업계도 판매가격 인하와 마진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돼 좋지 않게 보는 의견(57.4%)이 많게 나왔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의 63.7%, 중소기업의 59.5%가 유가하락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유가하락으로 기대하는 효과로 응답기업들은 ‘생산원가와 부대비용 절감’(74.4%)을 가장 많이 들었고, 이어 ‘소비여력 확대에 따른 매출증가’(16.1%),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9.5%) 등을 차례로 꼽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기관은 국제유가 하락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국내 제조업 생산비 감소효과가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훨씬 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국제유가 10% 하락시 제조업 생산비 감소효과, 한국 1.03%, 일본 0.61%, 중국 0.46%, 미국 0.44%, EU 0.23%>
이들 연구기관은 공급요인으로 국제유가가 10% 하락하면 우리경제의 성장률과 국민소득이 각각 0.2%p, 0.3%p 올라가고, 제조업 수출도 0.5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대한상의 자문위원)은 <비즈한국>과 통화에서“경기침체에도 유가하락으로 기업은 생산단가가 낮아져 채산성이 개선되고, 가계 소비여력 확충으로 매출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도 “업종에 따라 영향이 다르고 반영에 시차가 존재해 효과가 나타나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하락속도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기업이 20.6%, ‘예상보다 빠르다’는 기업이 48.0%로 절반이 넘는 기업이 최근의 급격한 유가하락을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이다’ 30.0%, ‘느리다’ 1.4%> 하락폭에 있어서도 두바이유는 지난해 6월말 배럴당 108달러에서 현재 45달러 수준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주요기관들이 예측한 올해 평균유가인 배럴당 63달러보다 훨씬 많이 떨어진 상태다.
지금 같은 유가 하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올해 상반기’라는 응답이 52.3%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올해 1분기’(25.7%), ‘올해 말’(11.7%), ‘곧 안정을 찾을 것’(8.0%) 등의 차례였다. <‘내년까지 지속’ 2.3%>
유가하락 대응계획을 세운 기업은 많지 않았다. 유가하락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응답은 19.1%에 그쳤고, ‘유가 바닥이 확인된 후에 수립하겠다’는 응답이 66.0%, ‘활용계획 수립 계획이 없다’는 응답이 14.9%였다.
활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기업들은 ’생산 확대‘(27.8%), ’부채상환 및 내부 유보‘(25.9%), ’판매가격 인하‘(20.4%), ’투자확대‘(20.4%), ’고객서비스 개선‘(5.5%) 등을 마련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유가하락 활용계획 수립이 어려운 이유로는 전체 응답기업의 55.1%가 ‘유가하락 지속여부 불확실 및 급반등 우려’를 꼽았고, 이어 ‘에너지정책 예측 애로’ (17.4%), ‘가격인하 압박’(14.9%), ‘산업 및 금융시장 변동성 증폭’(12.6%) 등의 순으로 답했다.
유가하락에 따른 제품가격 인하의 걸림돌로는 ‘미래 변동성’(44.0%), ‘인하효과 불투명’(21.4%), ‘다른 비용상승분 보전’(20.5%), ‘추후 가격인상 애로’(10.8%) 등을 꼽았고, 저유가에 따른 경기불안 요인으로는 ‘디플레이션 우려’(37.5%), ‘산유국 경기둔화와 수출여건 악화’ (33.5%), ‘글로벌 환율경쟁 심화’(21.8%) 등을 지적했다. <‘대체에너지 관련 투자 감소’ 7.2%>
유가하락 효과를 확산하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가장 많은 기업이 ‘실효성있는 체감대책 마련’(49.7%)을 꼽았고, 이어 ‘관광·레저 등 내수산업 확충’(35.1%), ‘국제유가 모니터링 및 에너지자원 확보 노력 강화’(30.3%), ‘피해산업 지원’(15.4%) 등을 차례로 들었다. <복수응답>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유가하락은 매년 1천억 달러에 가까운 원유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에게 긍적적인 요인”이라며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에 나타난 유가하락의 호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철폐, 투자인센티브 확충 등 적극적인 내수활성화정책 추진과 함께 기존에 해오던 에너지 효율 개선, 신재생에너지산업 육성 등의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