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회사 오너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놓고 첨예한 물밑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 일본법인은 27일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넥슨 재팬은 엔씨소프트 주식 15.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넥슨은 공시를 통해 “엔씨소프트에 대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넥슨은 “양사 간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했지만 지난 2년여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사 기업가치가 증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경영참여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약속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투자 목적 변경 관련’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넥슨의 이번 투자 목적 변경은 지난해 10월 ‘단순 투자’라던 공시를 3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다. 넥슨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고, 전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황순현 엔씨소프트 전무는 “넥슨이 이사 파견 의사를 밝혀왔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게임 개발 철학, 비즈니스 모델 등이 모두 이질적이어서 넥슨의 일방적인 경영 참여 시도는 시너지가 아닌 엔씨소프트의 경쟁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엔씨소프트의 주주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고, 나아가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정진 넥슨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둘은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로 성공한 벤처 1세대로 통한다. 김택진 대표는 전자공학과 85학번, 김정주 대표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김택진 대표가 한 학번 선배다. 김택진 대표는 1989년 서울대 대학원 재학 시절 '서울대 컴퓨터연구회' 동문들과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을 공동 개발했으며 같은 해 한메소프트를 설립했다.
게임업계는 김정주 대표가 먼저 뛰어들었다. 1994년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대표는 1996년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인 1997년 김택진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이후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를 선보이며 온라인 게임업계의 강자로 부상했다.
김정주 대표도 게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과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 등을 인수하며 회사 덩치를 키웠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것은 지난 2012년 6월. 넥슨은 엔씨소프트 주식 320여만주를 취득, 지분율 14.7%로 최대주주가 됐다. 주당 가격은 25만원으로, 주식 인수금액만 8045억원이 들었다.
업계에서는 당시 김택진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해 의아해 했다. 이에 대해 김택진 대표는 "김정주 대표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었다. 양사가 힘을 합쳐 한 회사를 인수하려 했다"며 지분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두 회사가 인수하려 했던 대상은 미국의 대형 게임회사 EA(일렉트로닉아츠). 하지만 여러차례 시도 끝에 결국 인수는 실패했다. 이후에도 김정진 대표는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권을 보장해왔다.
넥슨의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 의사는 ‘투자가치 훼손’과 ‘소통 부재’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의 천문학적인 투자 뒤 2년 여 지났지만 엔씨소프트가 실적을 못 내자 김정주 회장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뒤 엔씨소프트 주가가 떨어져, 넥슨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상태다.
지난 23일 엔씨소프트가 넥슨과 의논 없이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경영권 분쟁이 일면서 주식 변동도 주목받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10월부터 엔씨소프트 주식 8만8806주(0.4%)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율을 15.08%까지 늘렸다. 넥슨은 이어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했고, 지난달 승인받은 상태다.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는 김택진 대표(9.9%), 3대 주주는 국민연금(7.89%)이다. 따라서 최대주주인 넥슨이 이사 파견을 강행할 경우, 김택진 대표가 어떤 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핫클릭]
·
금융위기 후 100대 코스피 상장사 시총 1.65배 증가
·
자산 1조 이상 '슈퍼 갑부' 35 명중, 자수성가는 10명 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