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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스마트폰’, 역풍 맞은 기업에겐 ‘저승사자’

만능기기 등장에 사멸위기, 글로벌 기업도 불똥

2014.04.09(Wed) 15:27:48

   


많은 IT 기기의 기능을 흡수하며 '전자제품의 블랙홀' 로 스마트 폰의 등장으로 수많은 전자제품군이 사양산업으로 내몰리며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게임기, MP3플레이어, 차량용 탑재 네비게이션,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 등은 스마트 폰의 시장 잠식으로 사멸의 위기를 맞고 있다. 글로벌 PC 공룡 대기업들도 스마트 폰이 불러온 모바일 역풍 속에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사용자에게 스마트폰은 편리한 존재가 됐지만 위기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앱만 통하면 웬만한 기능을 소화해 내는 스마트폰은 전자산업의 트렌드를 혁명적으로 바꾸고 있다.

한 때 첨단기기, 지금은 퇴출 위기

몇 해 전만 해도 첨단 기기로 각광을 받던 많은 전자제품군들이 스마트폰 등장으로 퇴출위기를 맞고 있다. 우선 스마트폰 관련 게임 앱의 급속한 발달로 게임기도 이제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 1980년대부터 전 세계를 대표하는 비디오 게임 기업으로 군림해 온 닌텐도는 최근 몇 년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닌텐도는 지난해 350억 엔(3573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매출은 전년대비 7% 가량 감소한 5900억 엔 수준이었다. 이는 2008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 들은 수치다. 스마트폰의 음원 재생 기술이 날로 좋아지면서 MP3는 사장 위기를 맞고 있다. 한때 MP3플레이어 세계 1위였던 아이리버는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아이리버는 2012년 104억8100만원, 지난해 79억93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이리버는 네비게이션과 전자사전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 회사 최대주주인 보고펀드는 아리리버의 거듭된 실적 부진을 지켜본 후 인수 7년 만인 지난 달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폰 돌풍은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산업도 휩쓸고 있다. 스마트폰은 1300만~2700만 화소까지 다양한 화질의 카메라를 장착하고 자체 편집까지 가능하다. 디지털 카메라 업계는 고화질콤팩트 카메라를 내놓거나, 스마트폰과 연동해 쓸 수 있는 렌즈형 카메라를 출시하는 등 갖가지 노력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려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게 관련업계 평이다.

스마트 폰의 저장용량이 점점 커지고 초고화질(UHD)급 동영상 촬영까지 가능해지면서 캠코더와 PMP 시장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차량용 탑재 내비게이션 시장도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잠식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길 찾기 응용프로그램(앱) 사용이 빠르게 증가는 추세다. 휴대용 USB도 곧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유클라우드(가상하드)의 연계가 성공해 굳이 분실하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기술 한계에 부딪히지 않는 한 현 상황이 호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주력 업종 변경 등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지만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맥 못 추는 PC 공룡들

수십년간 발전해온 PC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휴대가 편리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변모되고 있다. 내로라하던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맥을 못 추는 실정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PC 출하량은 3억1590만대로 2012년에 비해 10% 감소했을 뿐 아니라 시장점유율도 레노버, 에이서 등 저가 PC 제조사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PC의 대명사였던 IBM은 2004년 중국 레노버에 PC사업부문 매각을 결정했다.

델컴퓨터는 지난해 2월 모바일 기기 혁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모펀드(PEF)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소니마저 PC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도 PC사업 몸집 줄이기는 마찬가지다. PC사업의 부가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대형 전자업체가 이끌고 가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PC 관련 사업 비중이 큰 연관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실례로 반도체 기업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절반 가까이 점유하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제조와 관련해 뒤늦은 대응으로 경쟁에서 밀려났다. 결국 노키아는 휴대폰사업부를 매각했다. 스마트폰 시장이 애플과 삼성의 양강체제로 굳어지면서 더 이상 들어설 곳이 없어지자 노키아는 특허괴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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