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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불황 뒤 빅뱅 온다"

[인터뷰] 미래학자 정지훈 교수

2014.04.09(Wed) 14:13:58

   


“삼성이 망하는 걸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삼성이 망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핀란드를 보십시오. 노키아가 무너졌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오히려 우수한 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죠. 지금의 세계 경제 불황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는 겁니다. 이제까지는 기업 경영에 있어 고정 비용과 평균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지만 앞으로는 혁신비용을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조직을 작게 쪼개야 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와 언론이 앞장서서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당연시 여기고 있습니다.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환상을 깨고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의사이자 프로그래머, 그리고 미래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정지훈 교수의 말은 단호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모바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우리 기업의 생존 전략을 듣고자 했던 것인데 그는 보다 큰 변화를 이야기했다.

“미래는 예측 아닌 실천하는 것”

지난 2일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정지훈 교수를 만났다. 그는 간편한 셔츠차림에 밝은 표정이었다. 첫 질문으로 마이크로 미래학에 대해 물었다.“미래 예측은 불가능하다. 나 같은 학자들은 지금의 기술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짠다. 만화영화 ‘코난’에 나오는 어둡고 무거운 ‘인더스트리아’(산업사회)가 아닌 밝고 희망적인 ‘하이아바라’(소규모 공동체 사회)를 그리려는 것”이라며 “이런 밝은 미래상을 사람들에게 제시하고 강연을 통해 설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함께 노력한다면 밝은 미래는 현실이 되는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역시 예전처럼 계량화된 데이터에 의존하는 단순한 시장 예측은 불가능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살아남으려면 내부 역량과 외부 역량을 연결시켜 자연스런 혁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조직을 유연한 아메바형으로 만들어 동태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조직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혁신 비용을 줄여라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아메바형 조직’이란 기존의 ‘애드호크라시(adhocracy=임시조직)’와는 다르다. 애드호크라시는 말 그대로 임시조직이다. 동태적 환경 변화에 적응성이 뛰어나지만, 목적을 달성하면 해체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아메바형 조직은 영속적이다. 왜냐하면 분산된 자본, 분산된 자원, 분산된 의사구조를 갖고 있어서 회사가 망하더라도 조직은 살아남는다. 이런 조직 구조를 갖고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는 지금처럼 변화가 심해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선 조직을 작게 쪼개야 한다”면서 “기존 산업화 시대엔 생산성과 효율성을 명분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왔다. 그런데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혁신을 결정했다 하더라도 계층 구조를 갖고 있어서 의사 전달 과정에서 여러 접점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집행과정에서도 각 계층의 반발에 부닥친다. 한 마디로 한국 대기업처럼 거대한 조직들은 혁신이 힘들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에 비해 작고 가벼운 조직들이 수평적 네트워크를 이룬 구조는 의사결정은 물론 집행도 빨라 혁신 비용이 적게 든다”면서 “이런 조직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구글은 회사가 개개인에 대해 별로 간섭 하지 않는다. 또 개인의 역량 또한 상당하다. 그리고 의사결정도 각각 독립돼 있다. 그래서 쉽게 쪼개지고 쉽게 결합할 수 있다”면서 “이런 조직 구조가 가능한 것은 회사가 매출 등의 계량화된 데이터에 집착하지 않고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아닌 가치의 영속성이 중요

즉 구글이란 회사가 없어지더라도 구글이 추구했던 가치는 개개인, 그리고 여러 개로 쪼개진 조직들에 남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향후 기업의 생존 전략은 물리적인 조직 자체의 영속성이 아닌 회사가 추구했던 가치의 영속성이란 측면에서 수립돼야 하며, 그 가치는 사회적 가치와 연결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더 이상 성장지상주의란 신화에 속아선 안 된다. 하나의 명칭아래 단일의 회사가 끝없이 성장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리눅스를 개발한 회사는 돈을 벌지 못했지만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다. 완전 무료, 유닉스 호환, 그리고 높은 품질과 기술 지원 등으로 대학기관과 기업 등이 리눅스를 사용했다. 또 멀티유저, 멀티태스킹 등으로 보안성이 높은 파일을 관리하고 시스템이 풍부한 네트그는 “리눅스를 개발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을 했다. 그것이 브랜드 가치로 연결된 것이다. 리눅스 개발자들은 어디를 가나 인정받고 있다. 조직으로선 성공하지 못했지만 개인으로선 성공한 거다. 회사가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를 개인들이 내재화 할 수 있을 때 기업은 진정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본질은 돈 버는 게 아니다”

“회사의 본질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렇게 배웠을 뿐”이라며 “회사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어떤 브랜드 가치가 가지는 상징 아래에 여러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따라서 회사의 본질은 소셜(Social)적인 것이고, 사회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돈을 버는 게 회사의 목적이라면 그런 회사는 오래 갈 수 없다. 브랜드 가치란 남이 평가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좋은 브랜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만 하고 그래야 회사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삼성은 이 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블루핵’이나 ‘C랩’ 등의 개념을 도입해 소규모 분산조직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며 “블루핵은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 3~5명이 1박2일 동안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내고 시제품까지 완성하는 사내 이벤트를 말한다. C랩은 직원들이 스스로 제안한 과제에 대해 회사가 지원하고 본인이 원하는 장소 원하는 기간에 과제를 완성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메인 사업 버리고 생존 선택한 IBM

“성공할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 삼성은 거대 공룡이기 때문이다. 이런 거대 조직은 계속 커지려는 관성이 있어서 작고 독립된 조직으로 쪼개지긴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은 이런 인식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진 회사 경영에 있어 고정비용과 평균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젠 혁신비용을 줄이는 것이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구글이 앞서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구글은 큰 위기를 겪어 본 적이 없어 향후 위기가 닥쳤을 때 리스크 관리를 얼마나 잘 할지 두고 봐야 한다. 반면 삼성은 위기관리란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IBM의 경우 핵심역량은 유지 한 채 시장 상황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버리는 전략을 취했다”며 “처음 계산기를 제작하던 시절,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했다. 또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 조직은 거대화됐고, 관료화 됐다. 그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으로 PC시장에서 위기를 맞는다. OS(운영체제) 시장을 거의 마이크로소프트에 뺏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 IBM은 기업의 운명을 걸고 회사의 전략을 완전히 변경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바로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것이다. IBM은 비영리재단의 형식으로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을 설립해 자사의 주력 WAS(Web Application Server)인 웹스피어(WebSphere) 제품군에 아파치를 도입해 성공을 거둔다. 이에 IBM은 본격적으로 오픈소스를 자사의 핵심전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로써 IBM은 운영즉 IBM은 시장 변화에 따라 자신들의 메인 사업 분야를 팔아 치우며 생존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기업의 목표는 생존이지 이익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우리나라, 이미 선진국 진입

그는 “언론에선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하지 못했으니 우린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재벌 총수들의 부정에 대해 용서하자는 취지의 논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봤을 땐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이다. 왜냐하면 성숙하고 강력한 시민사회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의 특징은 모두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거짓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은 국가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 사회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에선 이런 정책들이 추진될 수 없다. 시민사회가 들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란 관점에서 놓고 보면 우린 이미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젠 중앙집권적 국가의 기능을 분산된 소규모 공동체들이 대신할 것이다. 이들 소규모 공동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이것은 기업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살아남고 싶다면 작게 쪼개야 한다. 분산된 자본, 분산된 자원, 분산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조직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사회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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