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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 유입의 득실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구기보 교수

2015.01.20(Tue) 09:50:04

   
 

‘미국에 있는 현대 자동차가 우리나라 기업인가, 아니면 한국에 있는 IBM이 우리나라 기업인가?’

이 말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0년대 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지금이 바로 이 말을 다시 곱씹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여러 언론들은 제주도에 중국 자본이 유입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하였다. 한・중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는 선언을 한 후 향후 중국 자본이 우리나라에 급격히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나 내수시장이 상당부분 중국에 넘어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런가, 아니면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인가?
그 이전에 직접투자가 가져다주는 이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유입될 경우 일자리가 증가하며, 정부에 세금을 납부함으로써 재정수입 증가에도 기여하게 된다. 반대로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직접투자(ODI)를 할 경우 해외사업으로 인한 수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국내 산업기반의 공동화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면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의 부작용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최근 우려될 만한 수준에 이른 청년 실업의 문제는 상당 정도 우리나라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급증한 것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선포되고 일정 금액 이상의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영주권이 인정되면서 중국 자본이 많이 유입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제주도의 땅값은 지금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경기활성화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중국 자본이 제주도의 호텔을 매입하여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면서 현지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한 제한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실을 들여다보면 중국 자본이 운영하는 숙박업은 아주 미미한 수준이며, 중국 자본 유입으로 인하 제주도 경기의 활성화는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에서 중국 자본 규모는 11.9억 달러로 미국(36.1억 달러)이나 일본 자본(24.9억 달러)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일부 부정적인 부분이 더 커지지 않도록 선별적인 투자 유치로 전환할 필요성은 있겠으나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지나치게 제한을 가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직접투자를 확대하면서 나타나는 일자리 감소나 세수 감소 등을 보정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직접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하는 것이 현 상황이다.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비단 제주도뿐만 아니라 이미 여러 산업 분야에서도 형성된 바 있다. 쌍용차 매각이나 일부 게임업체 지분 매각 등을 중심으로 이런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부실기업이 중국 자본에 상당히 고가로 매각되면서 오히려 회생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동양증권이 대만 유안타증권에 고가로 매각되어 유안타증권으로 전환된 사례는 우리나라에 결코 불리한 상황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1990년대 말 미국계 자본이 우리나라 기업을 헐값에 매입하여 경기가 회복되면서 엄청난 이익을 실현한 후에도 세금을 거의 납부하지 않은 채 빠져나간 사례들이 다수 있다. 특정 국가의 자본 유입에 대한 경계를 하기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유리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과 전략의 수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비즈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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