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반도체 직업병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 |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의 직업병 피해보상을 두고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가족대책위원회(가족위)가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 가족위는 이날 서울 미근동 법무법인 지평 사무실에서 16일 모였다. 세 개 주체가 제안한 내용 중 가장 많은 차이를 보인 부분은 보상 부분이다. 보상 대상과 보상 범위에 대해 제안 내용이 각자 차이를 보여 뜻을 하나로 모으려면 어떤 쪽이든 양보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뜻을 함께 했다. 구체적으로 설립할 기구나 예방대책에 대해서는 조금씩 달랐지만, 원칙적으로는 비슷한 의견을 제시해 곧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자에 대해 백혈병뿐 아니라 모든 혈액암을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뇌종양과 유방암도 보상대상에 포함시키고 담당업무와 발병 시기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질병 종류에 관계없이 보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질병을 앓고 있는 근로자 가운데 담당직무와 재직기간, 퇴직과 발병시기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인과 관계를 따지지 않고 보상하겠다"며 "퇴직 후 10년 이내에 발병한 경우 다른 조건이 충족되면 퇴직 후 업무와 관계없이 보상 대상에 포함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재 신청자뿐 아니라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보상할 계획"이라며 "회사 발전에 기여한 데 대한 보답 차원이기 때문에 산업재해나 손해배상 신청에도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상금액에 관해서는 객관적 기준이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아 금액 책정에 어려움이 있다"며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원칙적인 수준의 기준만 제시했다.
이에 대해 가족위는 재발방지를 위해 삼성전자가 기금을 출연, 건강재단(가칭)을 설립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건강재단 구성원은 9인으로 이사장은 삼성전자측이 추천하고, 구성원 9명은 삼성과 가족위, 반올림이 골고루 추천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를 제안했다.
또 발병시기는 현직 근로자는 근로기간에 제한 없이 보상하고 퇴직자의 경우 이전에 1년 이상 생산라인에서 근무한다는 조건하에 퇴직 후 12년 이내 발병자는 모두 보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상범위는 일반적인 손해배상에서 적용되는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금에 사과 보상 요구과정에서 가족들이 생긴 특별손해까지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재발방지대책과 관련해선 삼성전자가 기금을 출연해 가칭 ‘근로자 건강재단’을 설립해 직업병 발병 예방활동을 할 것 제안했다.
반올림은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교섭을 통해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적인 노조가 일터의 안전보건이 제대로 관리되기 위한 필수 요소라는 얘기다.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뿐만 아니라 계열사와 협력업체에서 근무한 노동자까지 포함해 해당 생산라인에서 3개월 이상 근무하다가 질병에 걸린 사람이라면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보상 대상 질환으로는 암, 전암성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중증질환과 불임·자연유산·자녀의 선천성 기형이나 질환 등 생식보건문제까지 포괄했다. 재직 중 병에 걸린 사람은 물론 퇴직 후 20년 안에 발병한 경우도 보상 대상에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