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앞에서 시위하는 현대차 노조 |
현대자동차 노사가 2년 가까이 공방을 벌여왔던 통상임금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직급별 대표가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8.7%에 해당하는 현대차서비스 소속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받는데 그쳐 회사 측이 사실상 승소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유사한 소송과 관련해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계와 노동계 전반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 전체 8.7%인 현대차서비스 소속만 통상임금 인정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마용주 부장판사)는 현대차 근로자 23명이 지난 2013년 3월 사측을 상대로 “상여금과 휴가비, 선물비, 유류비, 휴가비, 귀향비, 단체상해보험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며 제기한 통상임금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차는 구 현대자동차서비스 근로자 2명에게 합계 400여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 가운데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6000명가량)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가운데 일할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 중 8.7%에 해당하는 현대차서비스 소속에게 지급되는 '일할 상여금'(근무 일수를 계산해 지급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현대차서비스와 통합했는데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지만 현대차서비스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점이 고려된 판단이다.
재판부는 "일정한 일수 이상을 근무해야만 상여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은 경우에는 고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현대차서비스 소속 조합원들은 근무 일수를 계산해 지급하는 상여금(일할상여금)을 받아왔기 때문에 고정성을 인정받았다.
현대차 사측은 그간 재판과정에서 전체 근로자의 3년치 소급분이 3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전체 근로자 중 8.7%에 해당하는 현대차서비스 소속 근로자 전원에게 소급분을 모두 지급한다고 단순 계산할 경우 총액은 2756억원이 된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가 소급 지급을 요구했던 각종 급여항목 가운데 재판부가 인정한 부분은 서비스 노조 정비직이 실제 근로한 시간에 따라 수령해온 연장수당과 중간퇴직 정산금뿐이다.
현재 현대차 전체 노조원 5만1600명 중 15명은 옛 현대차 노조원 4만4000명, 3명은 옛 현대정공 1900명, 5명은 옛 현대차서비스 노조원 5700명을 각각 대표한다.
다만 현대차서비스 소속 대표 5명 가운데 실제로 이번 소송으로 소급분을 돌려받게 된 사람은 정비직 2명뿐이다.
법원이 2명에게만 각각 389만원, 22만원 정도만 소급해서 지급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사측 부담은 대폭 줄었다. 이 같은 금액은 당초 5명의 청구금액 8000여만원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당초 원고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일할상여금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아 금액이 대폭 줄었다.
이번 판결로 사측의 비용부담액은 100억~110억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회사 안팎에서는 내다봤다. 전체 조합원의 90%에 육박하는 4만6000여명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못했으며 3년치 임금소급분도 기각됐다.
◆ 판결 의미
통상임금은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임금으로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 기준으로 산정되는 연장근로, 야간근로,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금 등도 함께 오른다.
이날 현대차의 통상임금소송의 승패를 가른 것은 정기상여금이 ‘고정성’ 기준을 충족하는 지의 여부였다. 법원은 퇴직자들도 근무한 날짜만큼 일할지급을 받고 있는 현대차의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의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지난해 하급심들의 판결은 들쭉날쭉이어서 처음에는 재직자에게만 주거나 일정일을 근무해야 지급하고, 퇴직했더라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일할 지급)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됐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에는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하지 않은 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판결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유사한 사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시완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범위가 좀 더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현대차 노조의 일부 승소는 앞으로 산업계에서 통상임금의 기준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성철 변호사는 "노조의 일부 승소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포함된 판결이 나옴에 따라 임금소송과 관련된 다른 유사한 사건에도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이철승 변호사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인정 범위는 개별 사업장 임금 결정 방식에 달려 있고 사업장마다 다양한 실정"이라며 "이번 판결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체한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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