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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일모직, '슈퍼갑질'에 협력 중기 고사

삼성 지배구조 정점, 동반성장 구호 진정성 재조명

2015.11.17(Tue) 09:26:2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3세 후계구도 정점인 제일모직이 '슈퍼갑질'을 통해 전도유망한 의류제조 중소기업을 고사시킨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 금천구 소재 의류제조 중소기업 카키그레이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 1차 협력사다. 카키그레이는 수억 원이 넘는 운영비를 쏟아가며 수개월을 제일모직 협력사로 일해 오다 제일모직으로부터 일방적인 거래 중단 통보를 받은 후 회사 문을 닫았다. 

카키그레이는 제일모직이 제조위탁과정에서 설명이나 고지한적 없는 보증보험증권체결을 문제 삼아 일방적인 거래 중단만을 요구하며 모든 업무를 타 업체로 이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성토한다. 

카키그레이가 계약서상에 명시된 다른 방법으로 담보를 제공했음에도 제일모직은 이를 거절했고 4개월 동안 협력관계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전 논의는 일절 없었다는 것. 

카키그레이 소진철 대표는 살고 있는 집마저 담보 대출을 받아 직원들 급여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결국 경매가 진행 중이다. 회사 건물도 장비도 마찬가지다. 소 대표는 이러한 제일모직의 ‘슈퍼 갑질’을 성토하며 제일모직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비즈한국>은 제일모직과 카키그레이 양사간 지난해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심층취재해 단독 보도한다.

   
▲ 지난해 8월 협력사들과 동반성장 협약 체결한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오른쪽)

◆ 제일모직과 거래 희망에 고통 감내 

카키그레이는 2011년 설립된 후 지난해 4월 제일모직의 제 1차 협력사인 H사와 거래를 시작했다. 제일모직이 운영하던 브랜드 중 키즈 브랜드 제품을 협력사를 통해 재하청(2차 협력사) 방식으로 주문을 받아 QC샘플을 만들어 제공하면서 카키그레이가 생산하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의류업계에 따르면 QC샘플이란 생산 전 실무자와 디자이너에게 승인을 받고 QC샘플의 사양대로 생산을 하겠다는 합의다. 실제 계약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카키그레이가 제품을 생산하면 제일모직 공급팀 직원이 수시로 카키그레이를 방문해 생산에 문제가 있는지 체크하고 발생하는 문제점을 같이 의논하는 과정을 거치며 생산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제일모직 직원들의 지시로 인해 카키그레이는 장비를  구입하고 스스로 대기업거래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장비를 추가로 구입해 가며 어렵게 거래를 유지해 왔다. 

소진철 대표는 "국내 최대 의류 기업인 제일모직과 거래가 본격화하면 곧 좋은 날이 올 것이라 의심치 않았다"며 "직원들을 다독이고 분발을 요구했었다"라고 말했다.

◆ 1차 협력사 선정 후 나락 

지난해 10월 카키그레이는 제일모직의 1차 협력사가 되면서 역설적으로 나락에 빠졌다. 소대표는 6월 중순 회사를 방문한 제일모직 직원들로부터 "카키그레이는 인원과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H사 공장 역할을 하며 낮은 단가의 제품을 생산할 필요가 없다. 제일모직 협력사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이러한 사실을 H사도 알게 되면서 H사는 카키그레이와 거래를 7월 중단했다. 갑자기 일거리가 없어진 카키그레이 생산라인의 생산부 직원 25명은 7월부터 9월말까지 이어졌고 장기간 휴무 지속으로 퇴사 직원들은 늘어갔다.

소진철 대표는 "카키그레이 담당자들은 의류 시즌 준비를 위해 제일모직을 지원하고 협조하면서 주문을 받기로 했다"며 "제일모직과 거래를 앞두고 있고 약속을 받았기 때문에 엄청난 적자를 감당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소 대표는 8월 제일모직 골프브랜드 직원으로부터 첫 샘플제작을 진행해 달라는 전화 연락을 받았다.

의류업계 관행상 샘플 제작은 제품 생산 전단계로 샘플이 통과되면, 곧바로 생산계획을 잡고 생산에 들어간다. 

카키그레이는 제일모직 담당자와 업무회의를 거쳐 다음시즌에 출시할 샘플에 대한 작업지시서와 패턴을 받아 제작을 하며 협력사로소 첫 업무를 시작했다. 

제일모직은 추가로 키즈 브랜드 요청했고 카키그레이는 복수의 아이템, 샘플제작과 QC샘플제작을 했다. 

카키그레이는 제일모직으로부터 10월 4일 협력사 등록 담당자에게 업체등록이 완료됐다는 통보를 받고, 제일모직 등록 협력사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도 사용 할 수 있게 됐다.

소 대표는 "8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1만장에 대한 샘플제작. QC샘플제작. 워싱 테스트. 그레이딩. 자수와 개발 등을 진행했다. 결국 생산도 11월 초부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 무리한 담보제공 요구에 가까스로 현금 마련했으나 

제일모직은 카키그레이에게 11월 중순 제조위탁계약를 해야 한다며 담보 제공을 요구해 왔다. 

소대표는 "11월 중순 제일모직 협력사 등록 담당자가 유선으로 연락을 해와 14일 협력사등록 담당자가 유선으로 연락을 해와 제조위탁 계약을 해야 한다며 담보제공을 해야 하니 보증보험사에 연락해 보증보험증권체결을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일모직 담당자로부터 협력사 전용 프로그램에 계약서를 올려놨으니 보증보험증권 체결을 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계약서로 서울보증보험에 확인한 결과 카키그레이는 심각한 적자가 지속된 10월 중순 이후 일부 금융비용을 지급하지 않아 은행연합회에 등재가 돼 보증보험증권 발급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후 "제일모직 담당자는 현금 3000만원을 이용한 은행지급보증 방법을 제시해 왔다. 카키그레이 설립 이후 브랜드 사업을 위해 3년간 준비한 브랜드제품 1만5000여 장을 1000원을 겨우 넘는 수준 헐값에 판매해 현금 확보를 했고 현금담보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제일모직은 이를 거절했다"며 "결국 회사 비전을 담은 브랜드제품만 헐값에 처분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소대표에 따르면 제일모직 제조위탁계약서에 52조 담보 조항에서 정한 담보설정에 해당되는 금액의 근저당권 설정 ,보증보험(지급),은행지급보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본 계약체결과 동시에 제일모직에 제공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는 “제일모직 계약서상에는 협력사의 현저한 신용악화, 이미 제공된 담보의 가치감소, 거래규모의 증가, 기타 채권 보전 상 필요하다고 인정될 상당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에만 추가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카키그레이가 천신만고 끝에 마련한 현금담보(은행지급보증)를 거절하고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했다”고 성토했다. 

그는 "4개월이나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왔다면 계약서에 명시된 담보제공방법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서로 방법을 찾고 같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했으나 제일모직은 계약서에 명시된 은행지급보증방법 조차도 거절하고 거래중단 외에 그 어떤 방법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마지막으로 “제일모직이 업무를 지시하기 전 협력사에 대한 자격에 대해 문제가 없음을 확인 한 후에 업무배정을 하던 제품생산을 시키던 거래를 시작했어야 옳다”며 “그동안 일한 보수나 손실 등에 대하여 파악해 보상해주려는 의지도 마음도 없는 슈퍼 갑의 횡포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제일모직의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해당 중소기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일모직은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우월적 지위 남용 행위 위반 혐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은 카키그레이와 일련의 일들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회사 차원의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정확히 따져보고 있으니 시간을 달라”며 말을 아꼈다. 

제일모직은 표면적으로는 협력사들과 동반성장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제일모직 윤주화 사장은 121개 협력사와 공정거래 및 동반 성장 협약을 체결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가운데 카키그레이 사례는 제일모직 동반성장 문화에 대한 진정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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