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은행 노조 옥외 집회 |
금융위원회가 하나·외환은행 통합과 관련해 통합 승인의 전제로 내세웠던 '노사 합의' 요건을 뒤늦게 슬그머니 재검토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 간의 통합 합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사측이 통합 신청을 하면 받아들일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위 입장은 수장인 신제윤 위원장의 원칙론과는 반대되는 양상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작년 7월 "약속은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당연히 노조와의 합의를 전제로 통합이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양측 노사는 작년 11월 조기통합 관련 대화단을 구성키로 구두로 합의했으나 노조 측이 외환은행의 무기계약직 2천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과 그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해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외환 노조에 하나-외환은행 통합 후 1개월 내에 외환은행 소속 무기계약직 2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을 제시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사측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하나은행에 소속된 무기계약직 1400명도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 최대 3400명이 정규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하나금융이 원래 작년 1월에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한 차례 연장해 12월 내에 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다시 미루는 상황"이라며 "정규직 전환과 동시에 6급 정규직의 급여 체계를 적용하고, 일정 기간 후 전원을 5급 정규직으로 승진해야 한다. 하나금융 방식대로라면 "고 강조했다.
문제는 인건비다. 노조 요구대로 무기계약직의 급여체계가 정규직 수준으로 높아지면 첫해 74억원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생기고, 이들이 전원 승진할 경우 매년 570억원의 추가 인건비 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산한다.
정규직 대상에 대해서도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6급 정규직 전환 선별 기준은 통상 근무 성적으로 기준으로 하지만 선별기준에 대한 세부안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최근 노조와의 협상이 길어지면서 하나-외환은행의 합병기일을 기존 2월1일에서 3월1일로 연기한 바 있다. 당국의 승인을 받는 과정 등을 감안하면 이달 내에 협상이 마무리돼야 합병기일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측이 몇차례 노조 사인없는 '양행 통합 승인신청'을 금융위에 신청하려다 포기한 것도 신 위원장의 이러한 원칙론과 무관치 않았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정부입장이 바뀌었다기보다 작년말 노사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해 상황이 달라졌고 통합에 따른 잡음을 언제까지 정부가 기다려야 하느냐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권 정책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금융위의 오락가락하는 행보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작년 5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부갈등에 대해 임영록 전 지주 회장의 징계수위를 경징계에서 중징계로 바꿔 금융권 혼란을 부채질했고 야심 차게 준비한 지배구조 모범규준은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반발하자 지난달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의무화 대상에 제2금융권을 제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