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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위업체들 무서운 속도로 따라온다”

선두기업은 경쟁사 간 협력과 개방으로 ‘윈-윈’모색

2014.04.03(Thu) 05:51:57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3억2,000만대를 팔아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차지했다. 세계 스마트폰 3대 중 한 대 꼴이다. 2위 애플보다 두 배 가량 많은 숫자다.

3위는 중국 화웨이다. 그 뒤를 레노버·ZTE·샤오미·쿨패드 등 중국 업체들이 바짝 쫓고 있다. 이들 중국 업체 5인방의 시장점유율은 20%다.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스마트폰을 만들어 눈부시게 성장한 회사들이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다. 인터넷 검색, 온라인 쇼핑, 게임 등과 같은 모바일 전 분야에서 중국 업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모바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생존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 중국의 무서운 약진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약진은 눈부시다. 지난 2월24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4’에서 중국 레노버는 보급형 스마트폰 ‘S860’을 260달러 수준에 선보였다. 이 제품은 3G 통화 24시간 연속 사용이 가능하다. 화웨이는 고사양의 보급형 스마트폰 ‘어센드G6’을 공개하면서 가격을 약 250달러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보급형 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제조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된 보급형 스마트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무섭다. 중국은 우주선을 직접 제작해 발사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나라로 한국 기술을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포화상태에 접어든 휴대폰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면 기술은 높이고 가격은 낮춘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허공유 … 제품 간 컨버전스 확대가 원인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구글과 ‘포괄적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자신들이 보유한 특허는 물론 앞으로 10년간 개발할 특허도 공유하기로 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단말기)와 소프트웨어(OS)부문 선도 기업인 양사는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지자 협력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IT 전문가는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한다는 점에서 ‘적과의 동침’ 또는 ‘코피티션(Copetition)’ 전략으로 평가된다”면서 “사실 두 회사는 찰떡 공조를 자랑하면서도 물밑에선 경쟁이 치열했다. 삼성은 타이젠 개발,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를 통해 각자 홀로서기를 시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양사의 협력이 가능한 것은 IT기술이 제조·유통 등 기존 산업에 접목되면서 서비스 접점이 늘어나고 기술 지원도 가능해진 덕분”이라면서 “삼성과 구글의 특허 동맹 외에도 모바일 게임 간 아이템 교차 제공, 카카오톡을 이용한 밴드 가입자 초대 등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삼성전자라고 해도 전 분야를 자체 개발할 수 없다. 전자제품 간 융합이 확대되고 있어 특허 공유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삼성과 구글은 ‘갤럭시’라는 기기를 공유하고 있어 특허분쟁이 발생하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같은 움직임은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도 활발하다. 넥슨, 넷마블, 선데이토즈, 넥스트플로어, 위메이드, NHN엔터테인먼트 등 모바일 게임 업체들은 경쟁사의 게임을 서로 홍보해준다. 이를 일컬어 ‘아이템 교차 제공 마케팅’이라고 한다. 즉 자사 게임을 일정 수준 이상 이용하면 경쟁사의 게임 아이템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넥슨, 크로스 프로모션‥신규 이용자 35배↑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게임 이용자는 이미 게임에 대한 친숙도가 높은 ‘진성 유저(user)’다. 따라서 자사 게임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덕분에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기가 기술적으로 수월해졌다는 점도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넥슨은 지난해 9월 자사 게임 ‘판타지러너즈’와 경쟁 게임인 ‘드래곤플라이트’의 크로스 프로모션(Cross Promotion)을 진행한 후 신규 이용자가 전보다 35배나 증가했다”면서 “한때 애니팡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드래곤플라이트의 이용자가 다수 유입된 것으로 진성 유저 잔존율의 척도인 ‘DAU(일일 사용자 수)’도 70% 늘었다”고 밝혔다.

네이버 ‘밴드’ 성공 …‘카카오톡’ 덕분

지난 2012년 8월 처음 선보인 네이버의 폐쇄형 SNS ‘밴드’의 경우 1년여 만에 17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이렇게 단 시간에 많은 가입자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밴드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카카오에 로열티 한 푼 안냈다. 모바일 콘텐츠를 카카오톡으로 무료 전송할 수 있게 한 오픈API ‘카카오 링크’를 이용했기 때문이다.언뜻 보면 카카오가 손해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밴드 초대장만큼 트래픽이 증가해 카카오톡의 시장 지배력도 더 강화됐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 서비스를 경쟁사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오픈소스’나 ‘오픈API’ 정책도 따지고 보면 코피티션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면서 “경쟁사 콘텐츠를 이용해 자사 플랫폼을 키우는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셜 커머스도 경쟁사인 대형마트 온라인 몰과 손을 잡았다. 이들 점포에서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이나 모바일상품권을 팔아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티켓몬스터, 공짜 할인쿠폰 50만장 배포

그의 설명에 따르면 티켓몬스터는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곳의 온라인 몰에서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을 공짜로 자사 고객들에게 제공해왔다. 이런 식으로 티켓몬스터에서 배포된 2,000~5만원짜리 할인쿠폰은 2013년 한 해 동안 총 50여만장.

“물론 일정 수준의 수수료는 받는다. 하지만 티켓몬스터의 의도는 따로 있다. 두 업계의 주요 고객층과 소비 패턴이 다른 만큼 고객을 뺏기기보단 오히려 대형마트 고객을 티켓몬스터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라며 “또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대형 브랜드와 제휴함으로써 자사 서비스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유통업계의 모바일 사업자와 오프라인 사업자 간 협력이란 측면에서 서로에게 ‘윈­윈’이 돼 적극적으로 제휴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 역시 코피티션의 일환”이라고 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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